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다음 달부터 전기료를 10% 인상키로 전격 의결했다. 정부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다. 한전 이사회가 단독으로 전기료 인상을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겨울철 전력 수요 억제라지만 그 뒤에는 '꼼수'가 자리하고 있다.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지난 8월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료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김쌍수 전 사장이 이를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전기료 현실화를 위해 한전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기료 기습 인상 의결은 한전 이사들이 김 전 사장처럼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면피성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전은 값싼 전기료를 전기 과소비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는 책임 회피다. 값싼 전기료는 전력 수급 불안을 초래한 여러 가지 원인의 하나일 뿐이다. 정부가 전력 수요를 제대로 예측해 발전 능력을 확충하지 않은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없는가. 가격을 높여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가장 저급한 대책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민들은 전기료가 무서워 전기를 많이 쓰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현실을 제대로 알라는 얘기다.
본지는 전기료를 올리려면 먼저 한전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과연 한전이 이런 노력을 보인 적이 있는가. 지난해 한전은 1조 7천875억 원의 적자에도 임금을 11%나 인상했으며 복리후생비로 1천724억 원을 지급했다. 이렇게 흥청망청하면서 국민이 값싼 전기료 때문에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어느 국민이 한전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국민에게 전기료를 더 내라고 하려면 한전 스스로 내핍하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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