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중대사가 발생할 때마다 비석이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진 밀양 무안면 홍제사 표충비에서 올 들어 처음 다량의 결로(結露) 현상이 발생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표충비를 관리하는 홍제사(주지 영경 스님)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쯤 비석 전체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해 약 40분 후부터 비문 글 사이로 타고 내렸다는 것. 이런 현상은 20일까지 계속돼 이날 오전 5시쯤 서서히 말랐으며, 사찰 측은 최소 40ℓ 이상 물방울이 흘러내렸다고 밝혔다.
영경 스님은 "찜질방에 들어갔을 때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가 갑자기 흘러내리는 현상과 비슷하다"며 "말로만 들었지 난생 처음 보는 현상에 두렵고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최근 한'미 FTA를 둘러싼 여야 마찰 등을 보며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민심이 흉흉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기록에 비춰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밀양시 관계자는 "표충비의 결로 현상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FTA 문제와 전반적 경기침체 우려 등과 연관짓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해마다 땀이 수시로 나는 현상을 국가 중대사와 반드시 연결지을 수는 없으며, 신비한 현상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충비가 최근에 땀을 많이 흘린 기록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무렵이었으며 3'1운동, 8'15해방, 6'25전쟁 등 국가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땀을 많이 흘렸다는 기록이 있다.
표충비는 임진왜란 때 국난 극복에 앞장선 사명대사(1544~1610)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영조 18년(1742년)에 세워졌으며 앞면에는 사명대사의 행적을, 뒷면에는 스승 서산대사의 공덕과 기허대사의 사적을, 옆면에는 표충비 사적기가 각각 기록되어 있다.
밀양'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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