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당국 내년 불황 대비 구조조정 고삐

금융당국 내년 불황 대비 구조조정 고삐

당국이 내년 실물경제의 악화에 대비해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과 간부들에게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자금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기업의 옥석(玉石)을 미리 가려내 필요한 곳으로 자금이 흐르게 하라는 뜻이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는 고질적으로 내수가 부진한데 수출마저 나빠지면 돈을 못 갚는 기업이 늘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올해 말 은행권의 평균 부실채권비율이 감독 목표치(1.5%) 내에 있겠지만, 일부 은행에서 목표치를 웃도는 부실채권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제의 충격이 아직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부실 위험이 드러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전날부터 전국 주요도시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 내년 세계경제의 침체에 대비해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등 채권단의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대기업은 2009년 79개에 달했다. 작년과 올해는 각각 65개, 32개로 줄었다.

신용공여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도 지난해 121개에서 올해 77개로 감소했다.

금감원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장은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기업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내년에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범양건영[002410]의 법정관리와 신일건업[014350], 국제종합기계(동국제강 계열)의 워크아웃이 시작된 데 이어 임광토건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에선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도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금감원은 건설, 해운, 조선 등 전통적인 경기 민감업종뿐 아니라 항공,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이 세계경기의 위축에 즉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 국장은 "채권단을 통해 이들 업종의 자금 사정과 사업현황을 살피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에는 자금을 지원하되 사업성이 불투명한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회생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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