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이 처리됨에 따라 핵심 쟁점이었던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한미 FTA가 발효되면 3개월 내에 투자 서비스위원회를 통해 정부로서 성실히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FTA 비준안을 단독 처리함으로써 야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ISD 삭제', '양국 간 재협상 문서합의' 등 요구가 무력화된 상태이지만 국회 방문 때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정부 간 논의'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미 'ISD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FTA 발효 후 양국 간 논의에는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ISD 논의는 한미 공동위원회와 서비스 투자위원회 중 한 곳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한미 양국이 설립에 합의한 서비스 투자위원회가 논의 창구가 될 개연성이 크다. 포괄적 협의기구인 공동위원회와 달리 서비스 투자 분야의 협정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에 대한 실무적 협의 메커니즘이고 발효 후 90일 내 첫 회의가 소집되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는 "서비스 투자위원회는 협정 이행과 관련, 어느 한 쪽이 제기하는 어떠한 특정 이슈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 ISD 제도 운영의 투명성 제고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투자 위원회에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면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문제는 ISD 논의의 폭과 범위다. ISD 제도를 현행대로 두되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 사항을 일부 받아들여 단심제를 재심제로 바꾸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는 거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ISD 폐지 등 협정문에 손을 대는 것이라면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 ISD는 두 나라가 협상 초안에 집어넣었을 만큼 양국 정부가 투자를 위한 기본 토대로 인식해 왔고 이미 상당수 국가가 투자보장협정에 포함했을 정도로 보편화한 제도다.
더욱이 미국은 2007년 타결된 협정문과 작년 재협상안을 토대로 한 이행법안을 지난달 의회에서 통과시킨 상태다. 야당의 요구대로 ISD를 협정문에서 아예 삭제하려면 또 한 번의 의회비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미국으로서 한국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3의 대안을 물색해야 하고 그 실익을 두 나라가 평가해 서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ISD에 대해 시민단체와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한 우려를 없애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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