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농업의 세계 최고 경쟁력, 말처럼 쉽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농업과 관련, 낙관적인 시각이 강조돼 우려스럽다. 이는 지난 1986년 농산물 시장 개방의 단초가 된 우루과이라운드(UR) 출범 이후 1995년 무역기구(WTO), 2004년 한칠레 FTA 체결로 시작된 각국과의 FTA 등 거의 10년 단위로 몰아닥친 농산물 개방 물결에 고사 위기인 농업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한미 FTA 비준동의 후속 대책 회의에서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지원하면 덴마크 등 유럽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의 "한칠레 FTA 결과 포도농이 망하지 않고 포도값이 좋아지고 생산량이 늘었다"는 발언도 보도됐다. 일부 언론은 UR 이후 농업 체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김영삼 정부의 UR대책 이후 200조 원 넘는 돈을 투입하는 정책을 세웠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쁘다. 먼저 농촌에 사람, 특히 젊은이가 없다. 1995년 485만 명의 농촌 인구는 지난해 12월 306만 명으로 37% 줄었다. 나이는 많아졌다. 지난해 65세 이상 비율인 고령화율은 31.1%로 국민 전체(11.3%)의 3배였다. 50대 이상이 61%였다. 도농(都農) 소득차도 커졌다. 1995년 도시 근로자 연평균 소득이 2천277만 원, 농가 소득은 2천180만 원으로 비슷했으나 2010년엔 각각 4천809만 원과 3천212만 원으로 더욱 벌어졌다.

농업 경쟁력은 말만큼 쉽지 않다. 국내 농산물 시장은 좁고 서민들은 값싼 수입 농산물을 선호한다. 맛의 서구화, 이농과 고령화, 국민 무관심 등 중층적인 악재로 농업이 버틸 재간이 없다.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은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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