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기습 처리로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증액하는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는 22일 FTA 본회의 표결로 중단된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24일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과 회의 일정을 논의했지만 '현재로선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28일에도 민주당이 불참하면 기한 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그러나 "민생예산 반영을 위해 할 일이 많은 만큼 야당을 최대한 설득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자숙 모드'이지만 예산안 심사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주까지는 시간을 갖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예결위를 가동하겠다"며 "민주당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를 계속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이번 주에는 계수조정소위를 단독으로는 진행하지 않고 민주당의 복귀를 기다릴 방침이다. 24일로 예정된 본회의도 취소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예산 심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이 걸린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안은 내년도 민생 예산이고,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이 민생과 직결된 예산안의 정시 처리를 바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예산안 처리마저 계속 반대, 또다시 직권상정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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