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통 14주년 맞은 대구도시철도공사 김인환 사장

"현장 중심 경영합리화 추구…근로자·경영진 소통 힘써"

"대구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의 공식 건배사는 '우문현답'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을 담았죠."

26일 개통 14주년을 맞는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수장 김인환 사장은 "현장근로자와 경영진의 간극을 좁혀 서로 소통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현장근로자는 경영합리화를 추구하는 경영진을 이해하고, 경영진은 현장근로자들의 노고를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 김 사장과 임원, 간부들이 직접 역과 차량 기지, 본선 등 전 분야에서 현장근무자와 똑같이 체험 근무를 하는 이유다. "오전 1시부터 4시 30분까지 직접 나서 도유기(레일 마찰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름을 공급하는 장치) 관리 작업을 하는데 정말 고되고 힘들더군요. 일단 체험을 해보니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 사장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조직 내부 분위기도 '소통'이 화두가 됐다. "현장을 찾아가니 한창 작업에 열중하던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도열을 하더군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문화가 팽배했던 건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누가 오더라도 하던 일을 그대로 하게 했고, 간부들이 하위직 직원에게 '야, 너, 새끼'등 함부로 부르는 일도 없도록 호칭도 바꿨어요."

김 사장이 소통 통로로 삼은 또 다른 도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김 사장은 매일 저녁 귀가를 하면 컴퓨터부터 켠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직원들과 일대일로 대화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제가 글을 올리면 직원들의 댓글이 많게는 15개 이상 달릴 때도 있어요.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생생한 목소리가 공사 경영에 많은 참고가 되지요."

김 사장은 "1997년 11월 26일 1호선 개통 이후 대구 지하철은 눈에 띄는 발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이용인원이 개통 첫해 8만1천 명에서 올 들어 하루 33만 명으로 4배나 늘어났고, 지난 6월 24일에는 누적 이용 고객이 10억 명을 돌파했다. 전국 최초의 모노레일 지상철인 3호선도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 세월만큼 부침도 많았다. 1호선 건설이 한창이던 1996년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를 겪었고, 2003년에는 지하철 방화 참사라는 끔찍한 경험도 했다. 이듬해에는 88일이라는 전국 최장기 파업 사태를 겪으며 시민들의 믿음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1조원이 넘는 건설부채와 연간 750억원의 운영 적자 등도 시민들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망가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했습니다. 파업 타결 이후 노사가 공동으로 대시민선언문을 발표했고 2006년부터 6년 연속 무파업 사업장을 유지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554억원을 들여 지하철 전 객차의 내장재도 불연소재로 바꾸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18001)도 도입했습니다." 땀 흘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최근 5년간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사고율은 100만㎞당 0.43건으로 전국 평균인 1.30건에 비해 크게 낮다. 2008년에는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고,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달 11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일터혁신 우수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대구 도시철도는 곧 또 다른 전환기를 맞는다. 내년 9월이면 경산 연장선이 완공되고, 2014년 3호선 개통으로 방사형으로 뻗는 도시철도망이 제모습을 갖추기 때문. 김 사장은 전환기를 맞은 도시철도가 진화하려면 '역세권 개발'과 '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반월당 현대백화점과 동구 율하동 롯데아울렛 개점 이후 인근 역 이용객이 모두 1만2천 명이나 늘었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철도 2호선과 시내버스 노선은 중복 구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3호선 개통과 함께 도시철도를 교통축으로 삼고 시내버스는 주요 생활권과 역을 연결하는 환승 기능을 해야 합니다." 내년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김 사장은 "도시철도 운영 적자폭을 줄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도시철도의 연간 적자액은 750억원 규모다. "다행히 내부지출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면서 5년간 적자를 더 늘리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죠. 제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최소한 빚을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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