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길, 가고 싶은 길] 대구근교 걷기 좋은 길

# 만추 서정이 뚝뚝…이번 주말 같이 가실래요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걷기보다 좋은 것이 없다. 멋진 풍경은 음악과도 같아서 적당한 속도로 즐겨야 한다. 심지어 자전거도 너무 빠르다." 미국 '시카고 데일리 뉴스'재직 시 퓰리처상을 받은 폴 스콧 모러 기자의 말이다. 가을빛을 담은 '길' 이름조차 아름다운 그곳을 가고 싶다.

◆대구의 걷고 싶은 길

"가을엔 낙엽을 쓸지 않겠습니다."

대구시가 시민에게 '만추'의 정서를 선물했다. 낙엽을 밟으며 거닐기 좋은 '추억의 가을 길' 21곳을 선정하여 늦가을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낙엽 길로 조성했다. 이달 20일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기간이 무슨 상관이랴. 그저 아름다운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그 발상이 소중한 것이지. 대구시가 추천한 테마별 거리다.

▷가족이 함께 걷는 가을 길=두류공원 안 두류도서관∼산마루 휴게소, 대구스타디움 야외공연장∼산책로 ▷연인과 함께 걸으면 좋은 데이트 길=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단풍 터널 길, 2'28기념 중앙공원 산책로/ 경상감영공원 산책로 ▷도심을 벗어나 시원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 길=팔공산 순환도로, 파군재 삼거리∼파계사 삼거리의 느티나무 길 등이다.

◆메타세쿼이아 길

대구에도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이제는 굳이 담양까지 갈 필요가 없다. 달서구 호산동 호산공원. 호산초교 뒷문과 삼성명가타운 주변에 잘생긴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메타세쿼이아는 요즘 황금색의 불타는 숲으로 변했다. 주변이 공원이라 곳곳에 벤치도 있다. 발목까지 덮이는 풍성한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느끼면서 걸으면 시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해질 무렵, 빛에 반사된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마치 유럽의 어느 오래된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돌담길 정취, 한밤마을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닫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하략)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 가을의 운치를 잔뜩 담고 있는 돌담길을 걷는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윤동주 시인의 '길'이란 시가 생각난다. 윤 시인도 한밤마을을 다녀간 걸까? 그 내용이 한밤마을과 너무 흡사하다.

한밤마을은 부림 홍씨 문중이 팔공산 아래에 터를 잡고 대를 이어 살아 오고 있는 산촌이다. 천 년을 넘는 역사! '어떻게 이렇게 돌이 많은 곳이 있을까?' 마을 전체가 온통 돌담이다. 이끼 낀 돌에 말을 걸며 그저 마음 가는대로 휘적휘적 걷는다. 돌담 너머로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감나무 끝에 매달린 서리 맞은 감, 아무렇게나 떨어져 굴러다니는 은행잎. 말라붙은 담쟁이넝쿨, 이끼를 잔뜩 뒤집어쓴 돌담은 천 년의 세월에도 말이 없다. 한밤마을은 대청(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62호)이 중심이다. 대청 옆 '남천 고택'은 언제나 활짝 개방하고 있다.

◆멋진 드라이브 길, 한티재

한티재는 국토해양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된 길이다. 팔공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다. 대구에서 군위 부계 방면으로 가다 보면 8부 능선에 천주교 한티성지가 나온다. 엄숙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멋진 억새를 만날 수 있다.

◆가창댐 미술관 길

수성구 파동에서 헐티재로 넘어가는 가창댐 길. 멋진 드라이브 길이다. 이 길은 가창댐에서부터 시작된다. 최근 가창댐은 말끔히 단장했다. 수질보호를 위해 설치한 담장을 나지막하게 바꿨다. 가창댐 주변에 2곳의 미술관이 있다. 댐 끝부분에 있는 동제미술관과 대구미술협회가 폐교를 빌려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미술광장이다. 그림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가면 된다. 헐티재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긴 계곡과 함께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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