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길, 가고 싶은 길] 캠퍼스 사색의 길

그리움이 뚝뚝…혼자 걸어도 좋아요

도심에서 훌쩍 벗어나 대학 캠퍼스에 들어오면 마치 딴 세상 같다. 캠퍼스마다 '유명한 거리'가 있다. 지금 그곳에는 가을의 정취가 뚝뚝 묻어난다.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낭만이 있다. 한참을 걷다가 되돌아보면, 세상의 부대낌과 함께 살아온 긴 여정이 느껴진다.

◆계명대 '가온길'

계명대 성서캠퍼스. 산자락 아래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의 서양풍 건물이 아름답다. 그 속에 메타세쿼이아 거리, 한학촌과 정원 등 영화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아담스채플관에서 한학촌으로 난 가운데 길인 가온길이다. 중심'가운데를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학생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정직하고 바른 가운데 길로 살아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오밀조밀한 계단으로 만들어진 이 길은 요즘 가을에 푹 빠져 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으면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청량하다. 가온길을 찾아온 박희정(34·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씨와 효정(31·달서구 월성동) 씨 자매는 늦가을의 운치를 한껏 즐기고 있다. 희정 씨는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계명대 캠퍼스에 자주 오는 편"이라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걸으면 마치 딴 세상에 온 느낌"이라며 아들 동영(1) 군의 손을 잡고 숲 속을 거닌다. 모교를 찾아온 효정 씨는 "캠퍼스에 올 때마다 추억이 되살아나 정말 좋다"고 말한다. 가온길을 걷다 보면 종종 다람쥐도 만난다.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있어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다.

◆영남대 '러브로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길을 걸으면 영원한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있는 곳. 공식 명칭은 '야화로'(夜花路)다. 밤에 보는 꽃이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이다. '러브로드'는 법학대학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곧 흙길로 이어진다. 벚꽃천지였던 봄의 자취는 가을의 깊은 침묵 속에 묻혔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독특한 분위기다. 늦가을의 알싸한 바람이 목을 파고들지만,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호젓한 분위기가 좋다. 중간쯤에서 왼편 산길로 접어들면 동산을 한 바퀴 돌아 민속촌으로 연결된다. 민속촌과 러브로드를 연결하는 길은 주민도 즐겨 걷는 산책로다. 이곳을 걷는 연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언제나 걷고 싶은 길 1순위다.

◆대구대 '데크로드'

대구대 경산캠퍼스 비호동산 주변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도토리나무 천지다. 푹신한 낙엽을 밟는 정취가 가슴을 뛰게 한다. 산 허리춤에 설치한 데크로드가 정겹다. 대구생명의숲이 2007년 말 대구경북 최초로 대구대에 설치한 1.2㎞에 이르는 체험 산책로다. 유니버설 디자인(무장애 편의시설)을 적용해 장애인과 노약자뿐 아니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숲길이다. 낙엽을 밟으며 스르륵 스르륵 걷는 소리가 정말 좋다. 청설모가 귀여운 몸짓을 하며 쪼르르 다닌다. 곳곳에 운치 있는 쉼터가 있다. 오솔길 너머는 금호강이 맞닿아 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걸어봐야 할 길이다.

◆경북대 '러브로드'

본관 주변의 연못 일청담은 경북대의 상징이다. 서쪽 백양로를 거쳐 러브로드 코스가 일품이다. 정문에서 공대 10호관 사이길 200여m가 러브로드다. 위에서 보면 길 모습이 하트 모양이라 러브로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길은 아스팔트 길에다 차로가 함께해 운치는 조금 덜하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이 길에 대한 추억이 많다. 연인이 데이트하던 중 아는 사람을 만나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수업이 없는 주말과 휴일에 가면 가을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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