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변했다고 해야 할까. 연기하는 역할마다 남다른 포스를 느끼게 했는데 이제 이웃집 형이나 동생, 혹은 삼촌의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의 힘이 큰 것 같다.
배우 엄태웅(37). '1박 2일'의 '순둥이'는 이제 대중에게 친근해졌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특수본'(감독 황병국)을 통해 연기자로 복귀하는 그를 향해 '1박 2일'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기우다.
동료 경찰들이 살해되는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특별수사본부 멤버들이 벌이는 숨 막히는 액션 수사극의 주인공. 그는 동물적 본능으로 사건에 몰입하는 열혈 형사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엄태웅은 "영화 '차우'나 드라마 '부활' '마왕' 등에서 경찰관(형사)으로 나왔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본격적인 형사물은 처음인 것 같다"고 좋아했다.
뛰고 구르며, 때리고 맞는 연기를 해야 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형사들을 만나 술을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잠복근무를 함께 하기도 했다.
"영화 촬영 전, 택시 강도 사건 잠복근무를 따라간 적이 있어요. 아쉽게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재미는 없었죠. 며칠 지나서 현장을 덮치는 일이 있다고 해서 연락이 왔는데 스케줄이 있어서 못 갔어요. 지나서 하는 얘기인데 그때 갔다가 '범인이 나한테 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안 간 게 다행이죠."(웃음)
형사들과의 특별 훈련(?) 때문일까.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형사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말 그대로 '뜨거운 피'가 제대로 전해진다.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주원이 FBI 출신 범죄분석가로 상대역을 맡았는데 엄태웅이라는 실력을 가진 선배에 가려 빛을 못 보는 것 같은 인상이 든다.
엄태웅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주원이가 정말 열심히 잘해줬다. 칙칙할 수 있는 영화를 주원의 비주얼과 느낌으로 잘 정리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제가 주원이 나이였던 때를 생각해보면 주원이는 너무 잘하는 거예요. 저는 대사도 제대로 못 했죠. 주원이는 벌써 알아서 다 잘해요. 물론 주원이도 첫술에 배불러 하지 않고 많이 배우려 노력했죠."
영화가 조금만 더 탄탄한 힘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아쉽다. 하지만 촬영 시간에 비하면 최고의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엄태웅은 영화 '기막힌 사내들'(1998)에서 단역을 시작으로 극을 책임지는 주연까지 차근차근 계단을 밟았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갔지만 자신이 제대로 연기를 즐긴 건 최근이라고 했다.
"이전에는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잘하려고 했는데 즐길 줄 몰랐던 것 같아요. 힘든 게 있어도 혼자 속으로 앓고, 억눌려 있었죠.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찍으면서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해 나가니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웃음)
'1박 2일'은 또 다른 면에서 즐거운 현장이다. 지난 2월 6번째 멤버로 투입된 엄태웅은 "부담과 불안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웃으면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또 "연기를 하면서 센 역할도 했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 맞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연기와 예능을 구분해주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1박 2일'은 정말 편해진 것 같아요. 여행도 있고, 남자들끼리 놀러 가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2주일에 한 번은 촬영 스케줄을 빼고 '1박 2일' 녹화하러 가요. '순둥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얻은 것도 좋고요."(웃음)
얻은 게 많은 것 같은데 혹시 '1박 2일' 때문에 잃은 것도 있을까. "예전보다 더 많이 알아봐 주세요. 예전에는 답답하면 혼자 운전해서 시골에 가서 편안하게 있다가 왔는데 이제는 시골에 가면 오히려 더 반가워해 주시고 만지기까지 하세요. 잃은 것은 아닌데 그냥 개인적으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안 돼서 안타까움이 있는 거죠."
엄태웅은 '특수본'을 끝내놓고 정려원과 함께 '네버엔딩스토리'를 찍었고, 최근에는 한가인과 함께 '건축학개론' 촬영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진정한 '대세남'이다. '대세남'이 되기 전, 엄태웅은 자신의 이름보다 한동안 '엄정화 동생'으로 인식된 적이 있다.
'누나가 연예인이어서 연기 활동에 도움이 된 것이 있느냐'고 묻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느긋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아마 누나가 (연예계 활동을) 잘 하지 못했다면 나는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당장 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살. 혼기가 지난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없단다. 자신이 좋아하면 상대가 그렇지 않고, 상대가 좋아하면 자신은 별로라는 설명. 하지만 "언제고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결혼하고 싶다"고 바랐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를 꿈꿔왔다는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을 더 알아가는 것 같아요. 뭔가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직업인 거죠. 벌써 서른여덟 살인데 제가 20대 초반에 지금 제 나이대 연기자들을 보면 중견 배우의 느낌이 있었거든요? 저는 시간이 더 지나도 주원이 같은 어린 친구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쉬운 건 아니겠지만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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