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면 꼭 들르는 재즈클럽이 있다. 도쿄에서도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롯본기에 위치했지만 어울리지 않게 초라한 이곳에서는 주말 저녁이면 일본 재즈 명인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인장의 재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일본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들르곤 한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재즈 시장이 넓은 곳이다. 재즈는 일상적인 음악이 돼 있어서 심지어 라면집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재즈가 흐를 정도이다. 이런 나라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앨범이 있다. 무려 20년 동안 일본 재즈 명예의 전당 1위를 차지했던 '캐넌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의 '섬씽 엘스'(Somethin' Else, 1958)이다.
'섬씽 엘스'에는 이브 몽탕의 샹송 '고엽'(Autumn Leaves)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은 스탠더드의 대명사처럼 연주되는 곡이지만 재즈로 레코딩된 것은 '섬씽 엘스'부터이다. 또 지금까지 가장 아름답게 연주된 곡이기도 하다. '섬씽 엘스'가 발표될 당시 캐넌볼 애덜리는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었다. 찰리 파커의 타계 이후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을 받던 캐넌볼 애덜리는 동생인 냇 애덜리(Nat Adderley)와 만든 밴드로 이미 명성이 높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고안하던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의 일원이 된다.
당시 밴드에는 또 다른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 있었는데 두 사람의 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캐넌볼 애덜리는 특유의 유쾌하고 사람 좋은 성격으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존 콜트레인은 수도승과도 같은 진지함을 지니고 있었다. 성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캐넌볼 애덜리는 유쾌한 솔 재즈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했다. 캐넌볼 애덜리의 적당히 대중적이면서 아름다운 연주는 모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한 넉넉한 인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캐넌볼(폭탄)이라는 이름도 음식만 보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유쾌하게 떠드는 모습에서 얻어진 것이다.
로큰롤이 새로운 음악으로 등장했던 1950년대, 캐넌볼 애덜리는 하드 밥이라는 스타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비밥과 쿨재즈, 솔까지 수용한 그의 연주는 재즈가 한물간 음악으로 여겨지던 1960년대에도 인기를 누렸다. 비록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슬프게 추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타까운 마음은 음반을 듣는 순간 유쾌함으로 변해버린다. 그 외에 누가 음악으로 세상을 유쾌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웃을 거리라고는 어떤 개그맨이 처한 송사(訟事)밖에 없는 시대, 골치 아픈 재즈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캐넌볼 애덜리의 음반을 권하는 이유기도 하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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