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내년도 나라살림을 심사하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김언성(43) 기획재정부 예산실 지역예산과장을 만났다. 조금은 초췌한 모습이라 "얼굴이 꺼칠해 보인다"고 인사말을 건네자 "한해 중 가장 힘든 때"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볐다. "신경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 하도급국을 거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나라살림이 쓰여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재정직렬에 몸담았다.
"기획예산처 시절 재정 개혁 부문을 맡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했죠. 특정 사업에 예산을 투입할 때에는 어떤 성과가 예상되는지와 그를 위한 계획, 사후평가까지 보고서로 작성해 시험'시범사업을 도입하고 누수를 막자는 취지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법으로 의무화돼 있죠. 보람 있는 업무였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여러 평가를 거쳐 제도화되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단다. 당시 정부의 공공부동산 활용도 제고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어느 날 누군가 "나라 재산이니까 저렇게 하지, 개인 땅이라면 저렇게 두겠냐"고 말한 데 착안해 국유잡종지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국유지 위탁개발 제1호 사업으로 서울 남대문세무서(명동성당 근처)를 헐고 지상 15층, 지하 4층의 첨단 복합빌딩 개발을 추진한 것도 당시의 아이디어였다.
지역예산과로 옮긴 지금은 광역지역발전 특별회계 예산이 그의 몫이다. 광특회계란 지역의 특화 발전이나 광역경제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일이다. 그는 "시'도별로 수없이 많은 사업 중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인데 정착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소방방재청 예산도 담당해 지난 집중호우 피해 재해대책예비비를 편성한 그는 최근 지급을 완료하기도 했다.
김 과장은 출퇴근 시간 짬을 내 경제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한미 FTA 등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엮이는 요즘 나라 밖 사정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 과장은 2006~2008년 영국 버밍엄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 두 개의 석사학위를 받을 만큼 욕심이 많다.
"정부의 혁신도시 건설도 저희 부처가 담당하고 있는데 대구와 김천 혁신도시가 자꾸 마음이 쓰여요. 그래도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있어 흐뭇할 때가 있습니다. 몸은 멀리 있지만 고향은 자꾸 쳐다보게 되는 따뜻한 곳이니까요."
김천 출신인 그는 김천 중앙초, 김천중'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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