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우경정 컴퍼스투자자문 대표

1세대 스타 펀드 매니저 출신, 첫 투자자문사 설립

컴퍼스(Compass). 우리말로는 나침반 또는 원을 그리는 제도기구다. 지난 4월 여의도에 문을 연 투자자문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방향이 바뀌지 않는 나침반처럼 일관된 투자 방식으로 고객들의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140여 개에 이르는 투자자문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고객과 1대1 계약을 맺고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일임업무'와 증권사 랩 상품에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자문업무'다. 자문형 상품은 증권사로부터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 받지만 일임형은 운용보수 외에 성과보수도 받을 수 있다. 증권가의 소문난 실력파들이 투자자문사로 몰리는 배경이다.

우경정(51) 컴퍼스투자자문 대표도 1세대 스타 펀드 매니저 출신이다. 일반 투자가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기관 투자가들 가운데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수익률이 매년 최선두권이었기 때문이다.

"1999년 제가 맡았던 '새희망5호 주식형 펀드'가 펀드평가회사로부터 그해 하반기 베스트 펀드로 선정됐습니다. 수익률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운용자금이 1조3천억원까지 불어났지요. 그 정도 규모를 굴리는 펀드 매니저는 제가 유일했습니다."

화려한 실적을 바탕으로 그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한일투자신탁운용 상무, 피닉스자산운용 운용총괄본부장을 거쳐 2004년부터 올 초까지는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투자신탁운용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물론 옮긴 회사마다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24년째 자산운용업계에 몸담아 온 그는 운용사 대표 출신으로 투자자문사를 직접 차린 첫 사례다.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생존'을 장담하기가 힘든데다 보수만 하더라도 당장은 대기업 계열 CEO가 훨씬 낫기 때문이다.

"경영과 운용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더군요. 운용이 경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면 일관된 운용 철학을 펼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저만의 운용 철학을 지속적으로 가져갈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한 성과를 내겠다는 그의 철학에 공감하는 기관투자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컴퍼스투자자문은 출범 6개월 만에 수탁액 6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9월에는 삼성증권의 랩 상품 투자자문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명성이 자자하지만 처음부터 펀드 매니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던 탓에 급여 수준이 높은 금융권을 직장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1987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대구 근무를 자원했습니다. 홀로 저를 뒷바라지해주신 어머니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인사과에서는 성적우수자라며 지방 근무를 말렸지만 몇 년 만이라도 가겠다고 우겼죠. 이후 대구에 옛 동양투신이 설립되면서 펀드 매니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는 당시 추억이 많다며 '연간 수익률 1위, 우경정 주식운용팀 차장'이란 제목의 1996년 9월 2일자 매일신문을 꺼내보였다.

우 대표는 좋은 펀드 매니저가 되려면 공부만 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주식이 '종합 예술'인 만큼 뛰어난 성과를 거두려면 종합적 사고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흥미와 함께 판단력, 유연한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일반 투자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단기적인 수익률에 급급해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펀드나 랩 상품을 고를 때도 수탁액이나 수익률에 앞서 펀드 매니저의 과거 운용경력이 어땠는지를 먼저 살펴보길 권합니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 자문사를 골라야 하는 것이죠. 당연한 얘기이지만 무조건적인 낙관론도 경계하십시오."

종합지수 1,700대에서는 투자를 확대하라고 귀띔해준 그는 대구 토박이로 대봉초교, 경운중, 경북고,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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