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대한민국 개발 속도 늦춰라" 김경식 국토정책 국장

국토해양부 김경식(51) 국토정책국장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행정은 국가적 차원의 업무라 해도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토 개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과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발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국토 개발로 인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이명박 정부도 개발에 대해선 부정적이지 않은 현실을 대비해 보면 도발에 가까운 발상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들어보면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기도 했다. "전국에 택지개발 예정지구가 556개, 농공단지는 344개, 도시개발 구역은 617개가 지정돼 있습니다. 또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4천여 곳이 넘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제는 수요가 가능한지를 따져 봐야 할 때입니다. 현재 계획 중인 개발 계획이 완료되면 실수요는 3분의 1도 채 안될 것입니다. 대구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도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는다면 애물단지로 변할 것입니다. 개발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미래의 국가 재앙에 대비해야 합니다."

과개발 문제에 대한 해답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개발 계획이 완료된 뒤 국내 각 지자체가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에 나서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국외로 나가 투자'기업 유치에 올인해야 합니다. 국내 수요는 한정돼 있습니다. 반드시 국외에서 국내 개발지역 투자처를 끌고 와야 합니다. 그래야 수요도 창출하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의 쓴소리는 장관이라해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최근 권도엽 장관에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사업을 구조조정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재앙이 올 것이라고 건의한 것이다. LH 문제는 정치권과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장관으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지금 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이 때문에 우리가 국정감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압박했다. 그에 따르면 LH가 추진 중인 전국 138개 지구 지정을 모두 승인할 경우 앞으로 140여조원이 투입돼 도산까지 우려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결국 장관의 동의를 얻었고 현재 과개발 방지 대책이 수립 중이다.

김 국장의 최대 고민은 지역 균형발전이다. 주된 업무가 지역 거점도시 육성, 국토종합계획 같은 굵직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의 사이언스 파크 조성을 위한 진입도로 예산도 그가 배정받은 업무이다.

'대구경북의 더딘 발전 원인 가운데 하나가 도로의 낙후성'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 국장은 도로 건설 기준의 잣대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로 건설 기준은 경제성과 지역 발전성인데, 경북 북부의 경우 경제성만 따지다 보면 결코 도로를 건설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같은 지역은 통행량만 보지 말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 경제성과 발전성의 배점 기준을 현재의 5대5에서 3대7 정도로 변경하는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과개발을 막고 저개발 지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가 전체가 골고루 잘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구에서 태어난 김 국장은 용계초교, 경북대사범대부설중, 성광고,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영국 버밍엄대에서 주택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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