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예산 빨리 끝내고 지역구 가야"

국회 전면 보이콧에도 예산심의 참석 움직임

'마음은 이미 지역구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한나라당의 기습처리로 일단락된 뒤 민주당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 착수했지만 FTA 무효 투쟁에 대한 전투력 결집에는 사실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지막 국회를 마무리하고 그 성과물인 예산을 챙겨들고 지역구를 찾아 돌아다녀야 내년도 선거에서 방어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내년도 예산을 결정하는 예산 심의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18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의에서 어떻게든 지역구 살림살이를 챙겨 '선물 보따리'를 가지고 가야 지역 주민들 볼 낯이 생긴다"며 "현역 의원의 유일한 무기(예산 챙기기)를 스스로 버릴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도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FTA와 예산은 별개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서민 예산을 여당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표면적 이유야 서민 예산이지만 내심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것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야5당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집회에도 민주당 의원은 불과 20여 명 참석했을 뿐이다. 총선정국에서 공천 경쟁자들이 이미 바닥 민심 다지기에 나선 마당이라 현역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날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은 빠지지 말고 보좌관과 함께 집회에 참석해 달라"고 독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다음 달 중순, 야권통합 원샷 전당대회나 민주당 전당대회 둘 중 하나가 진행되는 터라 현 지도부가 내년 공천에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또 민주당 지도부가 FTA 원내투쟁, 원외투쟁, 원내외 병행투쟁 등에 대한 전략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도 나온다.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조만간 민주당의 등원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FTA 비준안 단독 처리에 대한 반대여론이 숙질 '냉각기'를 가진다면 민주당도 예산 심의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석부대표는 "다음 달 2일까지는 예산 심의 완료가 어려워졌고 9일 정도에는 어떻게든 내년도 예산 결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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