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 쓰는 '팔방미인'…윤성도 계명대 동산의료원 석좌교수

의술과 예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의외로 교묘하게 얽혀드는 측면이 있다. 의사란 직업은 항상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특성상 인격적 수양과 철학을 갖추는 것은 필수요소다. 거기에 근간을 형성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 되는 것이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하루종일 진료실에서 몸이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 줘야 하는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제격이다. 그렇다 보니 의사들 중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전문가 뺨칠 정도의 소양을 갖춘 이들이 꽤 많다. 이들은 '예술'과 '삶'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윤성도(65) 계명대 동산병원 석좌교수

윤 교수는 미술과 음악, 글쓰기 등 다방면에 고루 두각을 드러내는 재주꾼이다. 그림만 해도 벌써 3번의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이달 23일부터 한 달간 동산병원 1층 복도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열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갖췄다. 윤 교수는 "이번 전시회는 병원장의 요청이 있었다"며 "지금껏 그린 그림들을 집에 쌓아둘 것이 아니라 병원에 기증해 달라고 해서 뜻하지 않게 전시회를 열 기회가 생겼는데, 38년을 근무해 온 병원에서 개인전을 갖는다는 것이 정말 뜻깊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여름 정년퇴임을 했지만 병원의 요청에 따라 현재 국제진료센터 의사로 재직 중이다.

여기에다 그는 4권의 시집과 3권의 수필집을 낸 글쟁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의 작품집이 4번째 펴낸 시집. 지난여름, 정년퇴임 기념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오페라 클래식 등 음악에 있어서도 칼럼리스트로 활동할 정도로 전문가 수준을 갖췄다. 한때는 매일신문에 오페라 이야기를 연재했고, 시립교향악단이나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을 때면 꼭 찾아 감상하고 리뷰를 언론사에 보내기도 한다.

윤 교수는 중'고등학생 때 미술반 활동을 화면서 미대 진학을 꿈꿀 정도로 예술에 대한 갈증이 깊었다. 하지만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의대에 진학하면서 평생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했다. 그는 "그때 못다 이룬 꿈이 남아 1979년 전문의 자격증을 따면서 생활이 안정된 후에는 다시 붓을 들었고 10여년 전만 해도 새벽 2, 3시까지 그림을 그릴 정도로 깊이 몰두했다"고 했다.

음악은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와 같다. 중학교 2학년 때 음악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등 다양한 클래식을 들려준 게 귀에 익으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즐겨 듣게 된 것. 윤 교수는 "대학시절 대구극장 인근에 있었던 음악카페 '하이마트'는 친구들 아지트로 사용될 정도로 음악에도 애착이 깊었다"고 했다.

이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예술 활동에 대해 본인은 "밀가루 반죽이 있으면 그것을 떼내 수제비도 만들고, 칼국수도 만들고, 만두피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표현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그 근본 내용은 같은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는 "예술이란 예술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도구"라며 "어릴 때부터 예술 교육을 받으면 다양한 생각의 도구를 가질 수 있게 돼 삶의 깊이가 한층 깊어지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윤 교수는 계명대 의대에서 '의학과 예술'이라는 새로운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인격적 깊이를 더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오페라와 뮤지컬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며 "이들에게 평생 마음을 다스리는 휴식 같은 고향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과 함께 예술을 통해 닦은 마음이 진료하는 동안 환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에너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