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업체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지만 정작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 재기의 호기로 해석되고 있다.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차 업계가 미국산 모델 도입에 나설 것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미국차는 올 들어 지난 달까지 6천757대가 팔려 수입차 시장 점유율 7.7%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 대수는 510대 늘었지만 점유율에서는 0.7%포인트 줄어든 것. 미국차의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2001년 미국차의 점유율은 19.4%에 이르렀으나 유럽, 일본차의 공세에 밀리면서 지난해에는 8.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차의 수입 관세가 현행 8%에서 4%로 축소되고 5년 뒤인 2016년부터 관세가 폐지돼 재기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수입차 판매 가격이 수입가에 관세, 물류비, 마진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 인하 폭은 2.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FTA로 관세가 줄어 가격 인하 요인 생겼지만 물류비 등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또 한미 FTA가 원산지 기준이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크라이슬러의 300C 등 일부 모델은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
생산 거점이 미국에 있는 일본차는 한미 FTA의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차에 밀려 점유율이 급속히 떨어진 일본차의 인기 모델 일부는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 이미 도요타는 미국 인디애나공장에서 생산한 7인승 미니밴 시에나를 국내에 들여온 데 이어 신형 캠리 등 다양한 미국산 차량 도입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 신형 캠리 풀옵션 모델이 2천700만원대(2만4천725달러)에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신형 캠리가 현대'기아차의 인기 중대형 세단과 가격차는 거의 없어지는 셈.
닛산도 현재 알티마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미국산 인피니티JX를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의 경우 이토 다카노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9일 한국을 방문해 "10개 이상 차종을 추가로 한국에 투입하려고 하는데 미국 공장 활용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본다"며 미국산 차량 투입을 예고했다. 혼다는 미국에서 어코드, 시빅, CR-V, 오딧세이 등 주력 차종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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