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대구시가 지역 주민 중심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입한 '마을기업' 운영 성적표가 극과 극이다. 상당수 마을기업들은 일자리 창출과 고정 수익을 내면서 주민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일부 마을기업은 근로계약조차도 맺지 않고 최저생계비에도 크게 못 미치는 인건비를 지급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싱글벙글 '마을기업'
이달 25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의 한 만두집.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5월 문을 연 이곳의 가게 이름은 '세월이 빚은 할매만두'. 직원 4명은 모두 60세 이상 할머니들로 만두를 빚고, 주문을 받고, 서빙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할매만두는 행정안전부가 육성하는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행안부가 지난해부터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만두가게, 반찬가게, 농촌 체험마을 등 다양한 업종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대구에 할매만두와 같은 마을기업은 모두 32개로 국비와 시비 15억7천800만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기업 한 곳당 2년간 최대 7천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할매만두는 대구 마을기업 중에서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근무시간은 6시간 정도로 직원들은 60만~70만원 정도를 받으며, 지난달 가게 월 매출은 820만원에 이른다. 할매만두 직원 김옥란(70) 할머니는 "이 나이에 스스로 일을 해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하루 평균 100건 이상 주문이 들어오는데 눈코 뜰 새 없이 일해도 힘들기보다는 일할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하다"고 웃었다.
할매만두 외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마을 기업이 있다. 치킨업체에 가공닭을 제공하는 서구 '행복하계'는 월 평균 매출이 3천만원에 이를 만큼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 행복하계는 저소득층 모자가정 출신 11명을 우선 채용하는 배려를 하는 등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다.
이 밖에도 지적장애인들이 빵을 굽는 달성군 '행복베이커리'와 북구 '착한농부 촌두부공동체 사업' 등은 취업 기회가 제한된 취약 계층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함께 자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주민 등치는 마을기업
대구의 한 장애인단체가 북구에서 운영하는 마을기업은 근로자들에게 최저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지체 장애인 7명을 고용해 안경과 병원 수술복 등을 만드는 이 기업은 근로자들이 하루 평균 8시간씩 일해도 월급 20만원을 손에 쥐기 어렵다.
이곳에서 석 달간 근무했던 강모(65'여'지체장애 3급) 씨는 "7월 한 달 꼬박 일하고 받은 돈이 15만5천320원이었다. 30년 전 사고로 왼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나에게 일자리를 준 것만으로 고맙다 생각하며 일했는데 한 달 월급이 20만원도 안 된다"고 울먹였다.
일부 마을기업들은 장애인들과 근로계약서조차 체결하지 않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이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마을기업도 이윤을 내야 하는데 장애인들의 업무 속도로는 납품 단가를 맞출 수가 없어 직원들과 합의하에 최소한 임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마을기업지원센터'를 만들어 사례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하지만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자격이 없는 단체도 마을기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정부와 행정기관은 대표자 한 명이 운영을 독점하면서 주민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마을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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