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실험 그리고 엉뚱한 상상이 용인되는 영역, 문명의 면밀한 체계 안에서 숨통을 트는 영역이라면 아마 '예술'이 아닐까? 이시영의 설치작업도 이 '예술'이라는 경계 안에서 어쩌면 유치하거나 너무 쉬워 보이는 행위의 흔적들로 실험하고 타진한다.
이시영의 작업은 사방이 유리 벽체로 구성되어 안과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상자 공간에 개인적인 탐조 취미에서 출발한 자신의 미적 설정을 퍼포먼스와 결합하여 담아낸다. 10일 오후 6시, '작가와 만남'시간에는 피아니스트 이귀엽의 피아노 연주로 이 미적 설정의 동기가 되었던 메시앙(Olivier Messiaen·1908~1992)의 '종달새'를 연주하였다. 새를 따라하며 건반을 울리는 힘과 리듬감, 천장에 설치된 20여 마리의 종이 새가 펼치는 우아함, 한지를 접으면서 느꼈을 촉감의 상상, 종이 새가 날기까지의 시간영상 등 이번 유리상자 아트스타전은 특별히 시각과 청각, 시'공간을 교감하는 공감각적 생명 창조의 공간으로 역할하였다.
새를 바라보는 감응과 새 소리의 유기체적 리듬으로부터 기인한 작가의 종이 새 접기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가슴 떨림이 결국 자연의 재현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오래된 '흉내 내기'와 동일선상의 사건일 것이다. 한편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는 종이접기와 종이 새, 영상을 보면서 우리 관념 속에 있는 예술의 '특별함'을 의심해보기까지 한다.
해질녘 풍경으로는, 유리상자 안에서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종이 새들이 전시장 바닥의 영상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다. 날지 못하는 종이 새들의 '날기' 소망과 종이접기로 상상하는 '생명' 탄생의 영상은 우리의 현재와 연결된 미래와 과거를 투사하여 서로 왕래하고 교감한다. 작가의 종이접기는 자연의 생명 창조력을 흠모하는 일종의 '흉내 내기'이다. 자연의 생명력에 감화하고 자연의 일부로 참여하여 하나가 되는 것, 곧 이 작품의 명제 '새-되기'이다. 탐조에서 시작된 '흉내 내기' 사건의 시'공간적 의미 해석과 타인과의 공감 시도는 '재현'에 관한 동시대 예술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12월 1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053)661-3081.
정종구<봉산문화회관 전시기획담당>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