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꼬리 4년제요? 닭머리 2년제죠!

영남이공대 졸업 정원주씨 대기업 취업성공기

▲영남이공대를 졸업하고 올해 1월부터 울산 에스오일 온산공장에서 근무 중인 정원주(23)씨. 정씨는 주변의 눈보다 자신의 소신대로 진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영남이공대를 졸업하고 올해 1월부터 울산 에스오일 온산공장에서 근무 중인 정원주(23)씨. 정씨는 주변의 눈보다 자신의 소신대로 진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고학력 실업'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학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 최근의 고졸자 채용 붐,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전문대 U턴 바람은 절대 불변처럼 여겨지던 학력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수의 성공신화가 나에게도 해당될까',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여전한 것도 사실. 그래서 지역 전문대를 나와 남부럽지 않게 사회 첫 출발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영남이공대를 졸업하고 올해 1월 에쓰 오일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 정원주(23)씨가 주인공이다.

이달 21일 정 씨를 만나기 위해 울산의 에쓰 오일 온산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 내부는 미로 같은 정유 파이프 라인이 산더미처럼 얽혀 있고, 굴뚝에선 연기가 쉬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전형적인 생산시설. 하지만 정 씨는 컴퓨터 모니터들이 잘 꾸며진 자신의 사무실(송유부 제품운영2과)에서 취재진을 맞았다. "4시간마다 나가서 정유 탱크와 라인을 점검하는 걸 제외하면 대부분 사무실 안에서 업무를 봅니다. 정제를 거친 정유를 출하하기 전 중간 관리를 맡고 있어요."

영남이공대 전기자동화과 출신인 정 씨는 졸업 한 달 전 에쓰 오일에 합격했다. 포스코파워, 두산인프라코어, GS칼텍스, STX, LG화학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8, 9곳에 입사 원서를 냈던 그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1차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현재 회사를 택했다. 그가 지원한 전문대졸자 모집은 지원자 1천여 명 중 30여 명만 합격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인문계 고교(포항 세명고)를 나왔어요. 성적이 반에서 중간 정도였는데 제 친구들은 다 4년제 대학을 갔어요. 저는 어차피 명문대를 못 갈바에야 차라리 전문대가 비전이 있다는 주변의 추천으로 영남이공대에 진학했습니다. 고교 성적 우수자로 반액 장학금까지 받으면서요."

정 씨는 여느 학생처럼 대학 1학년을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며 보냈다. 다만 4.5점 만점에 4.3점으로 학점을 유지했고, 틈틈이 토익 공부를 하는게 다였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는 군을 제대한 후 지난해 3월 복학하면서 시작했다. 정 씨는 "졸업 전에 전기산업기사자격증을 반드시 딴다는 목표로 복학준비를 하면서 열심히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 같은 책을 10번 정도 반복해서 봤어요."

대학의 취업 지원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 영남이공대는 방학 중 거의 전교생이 참여하는 자격증 특강과 외국어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출신 학과 송현직 교수의 조언도 큰 보탬이 됐다. 1년간의 집중적인 노력으로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했고 목표했던 토익 점수(600점)도 땄다.

정 씨는 1년간의 수습(계약) 기간을 마치면 정사원이 된다. 신입사원인 그가 1년에 버는 수입은 기본급에 보너스, 상여금까지 포함해 4천500여만원 안팎. 이외 전세금 대출, 병원비와 자녀 교육비 지원 등 혜택이 다양하다.

일은 조금 고되다. 4조 3교대로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적응 기간이 적잖게 걸렸다. 한 달에 6, 7일 휴일이 주어진다. 사원 기숙사가 제공되지만 지난 7월 결혼한 그는 20분 정도 떨어진 울산의 신혼 집에서 출퇴근한다.

그래도 4년제 대학에 간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4년제 대학 간 제 친구 중에 제일 빠른 애가 3학년입니다. 스펙 때문에 1, 2년 휴학은 필수라고 하대요. 빨라도 27, 28살이 돼야 졸업하는데 그렇다고 다 대기업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전문대 입학 할 땐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해요." 몸이 조금 피곤해도 열심히 일한 만큼 대우받는 현재 직장이 대기업 사무직보다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정 씨는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들 가니까 4년제 대학에 지원하는 식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전문대 후배들 한테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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