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기이며 투수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게임이다. 그러므로 투수의 체계적인 관리는 승리의 주요 관건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용병으로 뽑은 외국인 투수의 기술이 승리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그러니 투수코치의 비중도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를 운영하는 전권이 감독에게 주어져 있지만 언제나 옳은 결정만 내릴 순 없다. 긴박한 순간의 투수 교체는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으니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감독과 투수코치와의 유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동열 감독 시절에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주로 상대의 관찰에 전념했다. 초보코치였고, 선 감독이 선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으니 별로 조언할 일도 없었다.
권한도 많지 않았다. 가끔 의견을 묻긴 했지만 결정권의 밖에 있었다.
그는 타자의 분석에 주력해 경계대상을 분류하고, 특정 팀에 대한 투수들의 성적을 비교해 왜 강한지와 약한지를 검토해 실체 파악에 서서히 안목을 넓혀 나갔다.
그동안 투수들에게는 앞서 지적한 세 가지, 즉 성적에 앞선 책임의식과 현재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확히 파악할 것, 그리고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반문해 보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이 선임되자 사정은 급하게 달라졌다. 서로 초보였으니 책임감이 막중해진 것이었다.
초기에는 서로 초보인지라 의견이 충돌되기도 했지만 '선수들을 믿고 원칙을 중요시하자'는 오치아이 코치의 차분한 설득에 류 감독이 특유의 시원한 성격대로 협조하겠다고 다짐해 유대가 돈독해졌다.
류 감독은 대신 지난해 3.96이었던 평균자책점을 그 이하로 내려줄 것을 주문했다.
중임을 맡았지만 그는 기본기를 중요시해 당장의 결과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준비에 더 치중했다.
선발투수의 투구이닝에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하고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정해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리고 팀 평균자책점을 3.80으로 정해 투수 전체에 개인별로 100만원의 내기를 걸었다.
그동안의 관찰을 통해 분석된 자료를 선수들과 공유하고 상대에 따라 용병술에도 도입했다.
6월이 되면서 마운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고 점차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원하던 결과를 만들어냈다. 팀 평균자책점도 3.35로 기대 이상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와 28년간을 함께하면서 야구 이론과 적절한 용병술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리고 투수 분업에 대한 대부분 이론은 데비브 던컨의 아이디어였으며 라루사 감독이 전격적으로 수용해 그들만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은 2002년 김응용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내기 전까지 20년 동안 10명의 감독을 바꿨다.
그 열 명의 감독이 투수코치와 호흡을 제대로 맞췄다면 그들의 수명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KIA의 새 사령탑이 된 선동열 감독이 오치아이 코치를 다시 러브콜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류 감독과의 환상의 콤비를 '신이 내린 선물'로 여길까.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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