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좌향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부자 정당', '특권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물론 내년 총선'대선에서 표심을 붙잡기 위한 포석이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 의장과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28일 당정협의를 갖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1천 명 가운데 2년 이상 근무한 '지속적 상시근로자' 9만7천 명가량을 무기계약직, 즉,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무기계약직은 법률적으로 근무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자로 규정되지만 정규직에 버금가는 형태라고 이 의장은 설명했다. 당정은 9만7천 명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이 내년 초부터 시행돼 1년 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준비를 마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또 맞춤형 복지제도, 포인트 제공, 상여금 지급 확대 등에 대해 1년 미만 비정규직 근로자라도 지나친 차별을 두지 않도록 적극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고용노동부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등록금 인하, 보육, 일자리, 비정규직 지원, 청년창업 지원 등 민생예산은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심의해달라"며 독려했다. 홍 대표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을 27일 만나 서민예산 증액과 관련해 재정건전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재조정하기로 의논했고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도 시대 변화에 맞게 신설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29일 오후에 열릴 당 쇄신연찬회에서도 민생예산 증액과 '부자 증세'를 패키지로 하는 정책 쇄신 요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계파 간 갈등의 여지가 있는 인적 쇄신과 달리 정책 쇄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한나라당은 연찬회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이번 주 당'정'청 회의를 통해 민생 대책을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쇄신연찬회에서 나올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예산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리해서 당'정'청 회동에서 대규모 증액이 반영되기를 희망한다"며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방향이 옳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이 같은 여당의 요구에 그동안 난색을 표시해왔지만 당'정'청 회동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예산안과 관련, 국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난 뒤 "당에서 여는 연찬회를 보고 나서 필요하면 당정협의를 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복지예산 증액과 달리 '부자 증세' 도입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포퓰리즘 논란으로 이어져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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