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중파-케이블TV 싸움에 시청자만 '등 터진다'

대구경북 19만 가구 어제부터 디지털방송 중단

"공중파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밥그릇 싸움에 왜 시청자들의 권리가 침해당해야 합니까?"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28일 오후 2시부터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재송신 송출을 중단하면서 기존 고화질(HD) 방송을 시청하던 케이블TV 가입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케이블TV SO들은 이날 오후 SBS'MBC'KBS2 등 3개 채널에 디지털 신호(8VSB)의 송출을 멈췄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SO에 가입한 770만 가구가 이전의 고화질(HD)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표준화질(SD) 방송을 보는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 지역의 경우 7개 케이블TV SO에 85만1천여 가구가 가입돼 있고, 이 중 HD 화면을 시청하는 가입자는 7만3천 가구다. 경북은 5개 SO에 가입된 92만여 가구 중 12만 가구가 HD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SO는 지상파 방송의 케이블TV 재송신을 두고 서로 주고받아야 할 대가 산정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상파 방송들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가입자별 요금(CPS)에 대해 기존에 지상파가 주장하던 280원에서 100원 안팎으로 낮추는 데 구두 합의했지만 가격 인하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 할지 이전 가입자까지 포함시킬 지를 두고 케이블 측과 최종 타결을 보지 못해 송출 중단 사태에 이른 것.

기존 HD 화면을 시청하던 가입자들은 공중파와 케이블TV 양측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시민 김모(64'대구시 황금동) 씨는 "HD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화질이 나빠져 깜짝 놀랐다"며 "케이블TV 수신료는 꼬박꼬박 내는데 왜 화질이 떨어지는 TV를 시청해야 하느냐"고 화를 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케이블TV SO인 TCN 대구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불편을 겪어 유감스럽지만 지금까지 공중파에 케이블TV SO들이 희생해 왔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공중파인데도 선의의 피해자로 그려지는 사실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고화질(HD) TV=화질은 35㎜ 영화와 비슷하며, 음질은 CD와 비슷한 품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TV 기술로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신호를 전송한다. 일반적인 TV는 주사선이 525∼625개인 데 비해 HDTV의 주사선은 1천50∼1천250개 등 2배 이상의 주사선으로 화면이 훨씬 정밀하고 깨끗하다. 아울러 현재의 TV 화면 가로'세로 비율이 4대 3인 것과는 달리 5대 3 또는 16대 9인 와이드 화면으로 되어 있어 눈으로 보기에 훨씬 편하다.

◇표준화질(SD) TV=기존 아날로그 방송과 HDTV 방송의 중간 정도 해상도를 갖는 TV 방식으로, 다채널 방송에 유리하며 유럽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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