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자력의 미래 동해안에 있다] <2>세계는 '원자력 딜레마'

日 후쿠시마 사고로 주춤…원자력 발전 '큰 흐름'은 계속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세계 원전업계는 '원전 르네상스'를 전망하고 있었다.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 원전 선진국은 원전 확대 계획을 적극 추진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모든 것이 변했다. 사고 여파로 세계 원자력 업계는 휘청거렸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의 원전 확대 기조는 변함이 없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는 독일과 스위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와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력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원전업계의 갈림길 '후쿠시마'

원전 초기 도입기인 1954년부터 1965년까지 세계에서는 연평균 7기의 원전이 착공됐다.

1966년부터 1985년까지는 1차 원전 건설 붐을 이룬 시기로 연평균 21기가 착공됐다. 체르노빌 사고가 터진 1986년부터 이후 20년간은 원전의 침체기였다. 이 시기 동안은 원전 사고의 여파와 유가 안정 등으로 원전 착공이 연평균 4기로 줄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490여 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2천900조원의 거대시장이다. 연평균 시장 규모는 약 23기, 140조원 정도로 예상됐다. 거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 5개국이 원전 수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2009년 말에 원전 수출 시장에 합류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전 신설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중국은 2020년까지 27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원전 정책 지지

후쿠시마 사태는 세계 원전 산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 원전 수출국은 원전을 지지하며 계속 보급한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104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가동하는 세계 1위의 원전 국가이다. 20%의 전력을 원자력에서 얻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미국은 기존의 원전 건설 사업은 유지할 것이지만 원전 신규 건설 부지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34년 만에 연내 원전 신규 건설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가 신규 착공할 원자로는 조지아주의 보글 원전 3'4호기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되는 2기 등 4기로 모두 100만㎾급의 신형 가압수로형이다. 미국에서 원전 건설이 재개되는 것은 197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현재 104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세계 최대의 원전 국가이지만 1979년 3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을 동결했다. 이후 미국은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7년 원전 신설 재개 방침을 밝혔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원전 신규 건설 사업에 정부가 채무보증을 서겠다는 방침을 내놓는 등 동결 해제 수순을 밟아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기존 원전의 안전성 평가가 우선되면서 신규 원전 착공이 지연됐다.

58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프랑스는 발전량으로는 세계 2위이지만 총 생산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최고인 75%이다. 프랑스는 생산 전력의 15%를 스위스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 수출해 연간 30억유로의 수익을 올리고 1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프랑스는 기존의 원전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재천명했다. 해외 원전 기술의 수출에 대한 규제는 강화할 것이지만 차세대 원자로 건설 계획은 고수한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원전의 안전성 우려와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원전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가동 중인 원자로가 58기이고 에너지 수요의 75%를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에 반대하는 사회적 여론이 높아진다고 해도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가동 원자로 수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원전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존에 계획된 신규 원전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해 2020년까지 10여 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2008년 기준 국가 총 전력 생산에서 16%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에너지에 소극적이었던 러시아는 2005년 이후 원전 부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에만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17억유로를 투자했다. 현재 운영 중인 10개 원전 부지의 32기 원자로 이외에 2020년까지 10여 기의 원자로를 추가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원전을 최선의 전력 생산 방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등 우라늄 보유국과 인도, 브라질 등 전력 수요 공급이 다급한 개발도상국에서도 기존의 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원전 정책 재검토

독일은 탈원전 정책의 대표적인 국가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내 7기의 원전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내 원자로 17기 가운데 1980년 이전에 건설된 7기에 대해 안전점검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후쿠시마 직후 원전 확충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시 원자력 안전 종합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일단 추가적인 건설 계획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27기이고, 건설 계획인 원전은 50기에 달한다.

일본도 원전 정책의 전반적 재검토를 시사했으며 지난 5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시즈오카 현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을 중지한 상태이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 14기 이상을 증설한다는 '에너지 기본 계획'의 재검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원전 증설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55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신규 원자로 3기를 건설하고 있었고, 추가로 11기의 건설 계획이 있었다.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 및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현 시점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전 세계가 원자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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