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드라큘라와 집시의 땅, 동유럽 최빈국
다뉴브강을 끼고 불가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루마니아는 우리에게 그리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루마니아도 사회주의 체제를 벗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빈곤한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1980년대 말 이후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뒤에도 아직 뚜렷한 성장산업을 키우지 못했고 정치체제 역시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수도 부쿠레슈티의 모습은 여느 유럽의 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내를 가로질러 가다보면 한국 브랜드 간판이 많이 보인다.
휴대폰과 자동차는 루마니아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삼성, LG, 대우 등이 한국 회사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어서 한국기업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루마니아에는 아직도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기쁨의 도시, 수도 부쿠레슈티
기쁨의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민궁전이다. 지금은 루마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차우셰스쿠가 북한의 인민문화궁전을 보고 와서 지은 건물이다. 동서남북 사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똑같고 높이가 80m에 이르는 아주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강력한 독재정권을 구축했던 권력자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인민궁전으로 들어가는 광장 대로에는 루마니아의 41개의 주를 상징하는 41개의 각기 다른 분수들이 멋지게 늘어서 있다.
차우셰스쿠는 북한의 김일성에 버금가는 독재자였는데 실제로 차우셰스쿠와 김일성은 둘 다 살아 있었을 때 형님, 동생 하는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차우셰스쿠가 1970년 초에 루마니아 대통령이 되어 통치를 하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유럽에서도 땅이 비옥하기로 유명한 루마니아에서 백성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공산당 간부들은 비만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우셰스쿠는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거미줄 같은 조직망으로 비밀경찰을 조직해 운영했다.
차우셰스쿠 정권은 1989년 12월 갑자기 무너졌다. 마냥 순종하기만 하던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차우셰스쿠가 감옥에 갖혔을 때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 오고 있다. 식사로 계란프라이 하나와 우유 한 잔이 제공되자 국민들의 혈세로 호의호식했던 차우셰스쿠는 그런 대우를 참을 수가 없어 "너희는 국부, 국모를 이런 식으로 대접하느냐"고 경비병에게 호통을 쳤고, 경비병은 "각하 우리 국민들은 이것조차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결국 차우셰스쿠는 처형을 당했고 지금은 아주 남루한 묘지만 남아 권력무상을 실감케 한다.
◆드라큘라 백작으로도 유명한 나라
루마니아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드라큘라 백작이다. 드라큘라 백작은 터키의 침략에 대항해 나라를 지켰던 민족적 영웅이었으나 포로를 처형하는 방법이 워낙 잔혹해서 소설을 통해 흡혈귀로 묘사되었다. 지금은 드라큘라의 주무대인 브란성이 루마니아의 제1의 관광명소가 됐다. 하지만 흡혈귀의 괴기스러움과 음침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찾아가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브란성 입구에는 드라큘라를 상품화한 각종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있는데 드라큘라나 뱀파이어 브랜드가 붙어 있는 와인, 티셔츠, 가면이나 뿔 모양의 머리띠 등이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형적인 중세 유럽의 성 모양을 하고 있는 브란성에서는 괴기스러움을 찾아볼 수 없고 자연과 어우러진 하얀색 벽에 붉은 지붕이 아름답기까지 해 드라큘라라는 이름만 아니라면 유럽의 한적한 시골에 소풍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루마니아를 여행하면 특히 조심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루마니아는 2차대전이 끝나고 도시가 재정비되면서 일반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 버려진 개들이 야생에서 번식을 계속하는 바람에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늘게 되었다. 루마니아 정부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였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6년 1월에도 루마니아 일본 교류협회장이 개에 물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집시인데 보통 '집시'하면 유럽을 떠도는 낭만적인 보헤미안들을 떠올리기 쉬우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 정권의 유태인 학살과 더불어 집시청소가 자행되면서 서유럽의 집시들이 동유럽으로 많이 유입이 되었다. 루마니아 공산정권 시절에는 선전정치의 일환으로 집시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시행되어 많은 집시들이 루마니아에 정착하게 되었다. 일부 집시들이 구걸을 하거나 소매치기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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