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韓 세계원조의 4번 타자 되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차 세계 개발원조 총회'에서 평소 즐겨 쓰던 야구 화법으로 한국의 원조 철학을 밝혔다.
박 장관은 '개혁의 실현' 세션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를 '행복을 나누는 4번 타자'로 지칭하고 '한국의 포용력(K-embrace) 이니셔티브'의 4대 방향을 제시했다.
이 세션은 한국의 성공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려고 마련됐다.
박 장관은 "한국이 과거 경험을 토대로 '흔들리는 지구촌'에 행복을 나누는 4번 타자의 역할을 하고자 이번 세션에 맞게 '개발협력 논의의 혁신적 진전'을 위해 타석에 섰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다년간 개발행동계획의 9개 핵심분야(pillar)를 야구팀 9명에게 맡긴 혁신 임무에 빗댔다.
이런 임무가 제대로 실행되도록 팀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이념인 '가슴 따뜻한 한국형 개발협력'이란 'K-embrace'를 제시하고 공감과 배려, 혁신, 협력이란 4대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장관이 말하는 공감은 각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발협력모델의 발굴을 뜻한다.
그는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발모델(one-size-fits-all)은 없다고 지적한뒤 원조받는 나라의 수요에 부응하는 한국의 개발경험공유프로그램(KSP)을 모범 사례로 들었다.
그는 "수원국 입장에선 공감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야말로 타자가 헛스윙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 개도국의 역할은 증대돼야 한다. 힘의 균형에 대한 배려가 없는 야구 경기는 콜드게임으로 끝나 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사회적 기업을 키우고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는 한편 모범사례를 발굴해 개도국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협력을 "작지만 큰 기쁨을 가져 오는 마법의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논의가 '원조의 양'(More Aid)에서 '원조의 질'(Better Aid)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원조제공 주체 간 비효율과 중복을 방지하고 개발 효과를 높이려면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국민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ODA)의 비율을 2015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높이고 비구속성 확대, 원조분절화 개선, 국별지원전략 수립, 수원국과의 다양한 대화채널 구축 등 역할을 차근차근 수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야구가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도 역전이 가능한 것처럼 "경제 한파로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들이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으로 역전의 감동을 일궈내고자 한국이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개회사를 마무리했다.
박 장관은 이날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도널드 카베루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와 연쇄 회동을 하고 세계 경제 여건과 개발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는 유럽위기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안정적인 거시정책 운용과 외채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카베루카 총재에게는 내년에 개최될 제4차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협의체 장관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제윤 기재부 제1차관은 세계개발원조총회의 만찬 환영사에서 국제개발원조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우선 "원조는 지식과 함께 제공돼야 한다. 똑같은 돌이 궁정을 건립할 때에도, 오두막을 짓는데에도 쓰일 수 있는데 이 차이를 가르는 것은 자원의 사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 차관은 나아가 "원조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빈곤을 없애고 발전을 추구하려면 원조만으로 충분치 않다. 민간투자의 활발한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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