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해킹 스캔들' 두 기자의 시각차
전화 해킹이나 사생활 캐기에 앞장서온 영국 언론이 뭇매를 맞는 가운데 이를 보도한 기자와 빌미를 제공한 기자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외신에 따르면 한 기자는 이번 사건으로 영국 신문 산업이 자기 통제력을 잃었다고 지적한 반면 다른 기자는 전화 해킹은 '진실을 파헤치는 유용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AFP는 29일(현지시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의 전화 해킹 사건을 추적보도한 저널리스트가 '공포가 현실'인 영국 신문의 '집단 따돌림(왕따) 문화'를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닉 데이비스 기자는 윤리위원회 조사에서 신문의 음성 메일 가로채기 행태를 얘기해준 취재원이 정말로 맞비난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익명이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신문업계(Fleet Street)에는 왕따 문화가 있어 신문 관행을 제보할 때 타블로이드 직원들 사이에 '공포는 현실'이어서 익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명의 전직 NoW 기자 중 15명이 자신이나 자료 조사원에게 익명을 전제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 기자는 이들에게서 들었던 절도, 갈취, 전화 및 이메일 해킹, 속임수 등의 '교묘한 수법'(dark arts)을 소개하면서 영국 신문 산업은 자기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키리크스 웹사이트에서 얻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보를 예로 들고 "거기에 포함된 내용이 연합군에게 정보를 준 사람을 암암리에 특정할 수 있어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에게 "여기 어디에 공공의 이익이 있느냐"고 되묻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NoW의 전직 기자 폴 맥멀런은 조사위에서 음성 메일 도청은 언론인들이 진실을 밝히는 '유용한 도구'라며 이례적이고 용감하게 전화 해킹을 옹호했다고 AP가 보도했다.
폴 맥멀런은 어떻게 기자들이 유명인사의 전화번호를 거래하고 공장에서 세팅된 패스코드를 풀어내 메시지에 접근하는지 진술하면서 타블로이드에서 해킹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데이베드 베컴의 음성 메일을 해킹하려다 이 축구 스타가 이례적으로 전화기에 응답하는 바람에 실패한 사례도 털어놨다.
지금은 도버 항구에서 펍을 운영하는 맥멀런은 전화도청이 NoW와 다른 영국 신문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주장하는 영화배우 휴 그랜트에 의해 그의 말이 비밀리에 녹음됨으로써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맥멀런 전 기자는 앤디 쿨슨과 레베카 브룩스 등 이 신문의 두 전직 최고 편집자 등도 이런 관행을 알고 있었다고 재차 주장했지만, 이들은 부인했다.
머독 미디어 제국에서 경영진을 지낸 브룩스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공보책임자였던 쿨슨은 둘 다 이번 스캔들로 사임했다.
맥멀런은 "아무도 처음에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우리(언론인)가 하려는 일이 전적으로 진실을 얻는 것이라면, 전화 해킹은 우리가 만든 희생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한편, AFP에 따르면 머독의 아들 제임스가 영국 유료 TV 채널인 BSkyB의 연례 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임됐다.
찬성 75.4%, 반대 17.4%, 기권 7.2%로, 머독 부자의 예상과는 달리 반대가 의외로 많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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