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의 상당수 세관(가는 관)이 균열되는 등 손상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관 손상으로 과거 누설된 방사성 물질에 의해 오염된 슬러지 일부가 제거되지 않아 증기발생기를 씻어낼 때 소량의 인공방사성핵종이 지금도 여전히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진원전은 지난달 15일까지 한 달가량 예방정비를 벌였지만 증기발생기 세관 손상이 심해 내년 4월 말까지 정비기간을 연장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호기의 가동 중단에 따른 올겨울 일부 전력수급 차질도 우려된다. 4호기의 발전용량은 100만㎾(화력발전소 2개 용량). 올 동절기(5일~내년 2월 29일) 최대전력수요는 전년보다 5.3%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량은 2.4%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내년 1월 중순 예비전력이 53만㎾ 이하로 떨어져 또다시 지난 9월과 같은 전국적 순환정전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발전소 설비용량(7천921만㎾) 가운데 4호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해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밝히고 있다.
◆4호기에 지금 무슨 일이?
울진원전에 따르면 울진원전 4호기는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15일까지 계획예방정비(10차)를 벌인 결과 2개의 증기발생기 세관 1만6천428개 중 균열 등으로 새로 복원(관재생)하거나 폐쇄(관막음)해야 할 물량이 당초 예상한 1천 개를 크게 웃도는 3천847개로 판명났다. 이에 따라 정비기간을 내년 4월 23일까지 연장해 재생이나 관막음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울진원전 4호기는 2002년 3차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증기발생기 2호기의 세관 파단 사고로 냉각수가 13분간 45t가량 빠져 나오는 백색경보(사고 등급 1등급)가 내려진 경우가 있어 최근의 급격한 세관손상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사고 당시 누설된 방사성 물질에 의해 오염된 슬러지 일부가 여전히 제거되지 못한 채 증기발생기의 원자로 간접설비에 영향을 줘 증기발생기를 씻어내는 등 청소를 할 때 인공방사성핵종인 코발트 60이 소량 검출되고 있다.
울진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증기발생기 세관은 원자로 직접설비에 냉각수가 순환하는 곳으로 방사성 물질과 직접 닿아있다. 세관 균열이나 파단은 원자로에서 핵연료와 직접 닿아있는 고농도 오염수를 증기발생기로 유입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또 냉각수가 일시에 쏟아지게 되면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시방편에 급급한 울진원전
울진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 세관의 손상 속도는 울진 3호기, 영광 3'4'5'6호기 등 같은 방식(한국표준형 가압경수로형)의 국내원전과 비교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울진원전 측도 세관의 급속한 손상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증기발생기 세관 곽막음률 허용기준을 맞추는 작업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당초 세관정비 물량이 1천 개로 예상되자, 9월 14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세관 관막음 허용률을 8%에서 10%로 상향 승인받았다. 하지만 정밀검사 결과 정비물량이 3천847개로 늘어나자, 이달 중순 세관 관막음 허용률을 18%로 올리자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심사를 의뢰했다.
울진원전은 세관 손상 속도가 예상보다 크게 빨라지면서 증기발생기를 앞당겨 교체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원전 관계자는 "3, 4호기 증기발생기는 2016~2017년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관 손상이 급격히 증가해 당초보다 2년 정도 빨리 추진된 것으로 안다"며 "4호기 증기발생기를 정비하기 위해 약 400억원이 소요되고 발전소 중단에 따른 전력손실 역시 하루 10억원에 달해 비용면에서도 보완보다 교체가 맞다"고 말했다.
울진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가동한 지 14년밖에 안 된 4호기가 어떤 이유로 급격히 손상되는지도 규명하지 못한 채 교체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문제"라며 "증기발생기 자체가 아니라 다른 문제라면 교체 후에도 세관 손상은 계속될 것 아니냐,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관막음률 기준만 완화하는 것은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울진원전이 세관 손상에 따른 대책을 증기발생기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울진군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법적 다툼에 들어간 울진원전 2호기 폐 증기발생기 임시저장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4호기 보관을 위해 또 다른 저장고를 짓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며 "울진원전이 폐기물을 모두 울진에 버릴 거면 왜 경주방폐장을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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