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바퀴로 달리는 세상] 하이킹 동행

은륜으로 밟는 가을 세상…상념은 잊으세요

두 바퀴의 즐거움! 자전거는 자동차가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갈 수 있다.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몸이 곧 길임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산악자전거는 인생과 같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땐 너무 힘이 들지만, 정상에 이르면 그 성취감은 비길 데 없다. 자전거 여행의 참맛은 바로 스쳐 가는 풍경 속에 자신의 상념들을 차곡차곡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MTB(Mountain Bike'산악자전거)

이름 그대로 산에서 타는 자전거다. 산악자전거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1970년대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마린 카운티에서 게리 피셔란 청년이 산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시작됐다는 것. 당시 샌프란시스코 젊은이들은 서핑을 즐기다 지치면 '비치크루저'라고 불리는 기존의 자전거보다 바퀴가 넓고, 튼튼한 자전거를 타고 모래 둔덕을 달리곤 했다. 게리 피셔가 이 비치크루저에 변속기를 부착하여 델머페이 산을 달려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 산악 자전거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도입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레저스포츠로 정착했다. MTB 동호인은 지난해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MTB 인구가 5년 후 50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킹 MTB' 동행

대구 칠곡지구에 있는 '하이킹 MTB 동호회'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라이딩에 나섰다. 이날 오전 9시. 집결지인 칠곡초등학교 운동장에는 30여 명의 회원이 모였다. 하이킹 MTB 강성재(45'대구시 북구 읍내동) 회장은 "애초 100명은 거뜬히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갑자기 기온이 크게 떨어져 참석률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하이킹 MTB' 회원을 비롯해 '고스트' '영' '노턴' '마이타' 등 인근의 MTB 동호회 회원들이 동참했다. 간단하게 몸을 푼 후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했다. 코스는 칠곡초교를 출발해 동명면 소재지~청구공원~극락사(휴식)~조양공원~신동면사무소(점심)로 이어진다. 라이딩 거리는 35㎞, 예상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다.

칠곡초교를 유유히 빠져나와 동명네거리를 지나 동명고교에서 우회전하여 청구공원 방면으로 접어든다. 안전요원과 차량이 뒤따른다. 회원들의 이동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창평저수지 방면으로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힘든 코스가 이어진다. 1시간쯤 오르자 1차 휴식장소인 극락사 주차장이다. 모두 '휴~' 한숨을 내쉬며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한다. 쌀쌀한 날씨에도 세 부부가 동참했다. 마니타클럽의 이동열'임유진 씨 부부, 영클럽 강영석'이명옥 씨 부부, 노턴클럽 김정석'한옥수 씨 부부다. 주부들에겐 다소 힘에 부치는 코스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 표정이다. 다시 출발이다. 이제부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힘들수록 MTB의 참모습을 발휘해야 한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는 유니폼의 물결이 화사하다. 조양공원을 지나 신나무골~신동까지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질주 본능! 모두 스피드의 쾌감을 만끽한다. 땀 흘리며 힘들게 오른 후 주어지는 보상이다. 최종 목적지인 신동면사무소에 도착했다. 낙오자 없이 모두 완주했다. 예약해둔 인근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은 후 하이킹 MTB 강 회장이 해산을 선언했다.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귀가다. 하이킹 MTB 회원들은 신동재를 거쳐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오후 4시, 집결지였던 칠곡초교에 무사히 귀환했다. 힘찬 함성으로 라이딩의 성공을 자축했다. 산악자전거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는 성취감이 무엇보다 크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MTB 동호인들이 산에 오르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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