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소진 셰프의 이탈리아 음식열전] 연재를 마치며

웰빙 이탈리아 음식, 연중 식재료 풍부 "한국과 비슷"

지난 7월 초부터 5개월 간 매주 목요일마다 정찬코스의 순서대로 주제를 정해 이탈리아 식문화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음식열전'(10회)과 이탈리아의 각 주와 도시별로 그 지방을 대표하는 별미와 전통 음식을 소개한 '미식여행'(10회) 연재를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지면상 부득이하게 못 다한 이야기도 있었고, 이탈리아의 20개 주 중 대표적인 10개 주에 대해서만 소개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에서도 어렵잖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처럼 언제부턴가 이탈리아 음식은 전 세계인들의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단지 '음식'에 대한 관심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역사와 그들의 식문화에도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한 사람으로 매우 뿌듯하고 긍지를 느낀다.

이젠 정통 이탈리아 식단이 피자와 파스타와 같은 단일 메뉴에서 벗어나 '웰빙'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농무성(USDA)도 이탈리아 음식을 비만과 성인병 예방에 좋은 건강식으로 지정해 특히 올리브유, 토마토와 같은 천연재료가 가득한 지중해풍의 음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전통 음식의 보존과 미각의 즐거움, 건강한 식생활을 지향하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의 근원지가 이탈리아인만큼 이탈리아인들은 '미식'이라는 말 아래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센스가 돋보인다. 게다가 그들만의 노하우로 생산되는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해외 전역으로 수출해 국가 이미지 향상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에 있어서까지도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유럽의 이탈리아는 우리와 정반대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또한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로 연중 풍부한 식재료가 넘쳐나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는 점이 한국과 이탈리아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천 년의 역사와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양국의 전통 음식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함은 그 우위를 쉽게 가늠할 수가 없다. 예컨대 프로쉬우또(Prosciutto)와 살라메(Salame)와 같은 생햄, 각종 치즈와 발사믹 식초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발효음식이라면, 한국에는 김치, 된장, 젓갈, 간장 등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한국적인 슬로 푸드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식이 가지는 본질을 잘 살리면서 세계인들에게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차림에 익숙한 우리네 음식을 전채와 메인, 곁들임 요리, 후식으로 정찬 코스화해서 테마에 따라 기승전결의 흐름을 둔다면 한식만이 가지는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본 재료는 그대로 두되 너무 자극적이지 않도록 먹는 이의 입맛을 배려하는 미덕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탈리아 하면 와인을 빼놓을 수 없듯이 음식과의 궁합을 따져 음식의 맛을 돋우고 소화까지 촉진시키는 우리 조상들의 '반주문화'를 재해석해 '한식과 전통주의 마리아주' 또한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다. 또 이탈리아의 '아뻬리띠보'(식전술 문화)를 접목시켜 우리 고유의 전통주로 한국의 매력을 상징하는 칵테일을 개발하고, 한식으로 만든 핑거푸드와 함께 즐기는 식전술 문화를 양성하며, 더 나아가 전통주 소믈리에 전문 인재 양성에도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국가 브랜드로서의 고급화는 물론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인 셈이다. 이는 곧 국가 경쟁력과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식 세계화는 단지 음식만 세계에 알리는 단순함이 아니라, 끊임없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국하면 떠오르는 통일된 문화코드와 스타일을 구축하는 작업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글을 연재하면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는 독자들의 관심과 격려가 큰 보람이 되었다. 앞으로도 멋과 맛이 어우러진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정직한 셰프로서 열심히 노력하겠으며, 또다시 음식문화에 관련된 좋은 글로서 만날수 있는 기회가 있길 기대한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독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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