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머니볼' 홍보차 첫 방한 브래드 피트

내 나이 48세 아이는 여섯명 젊음은 갔지만 지혜가 오더라

이렇게나 진지한 스타는 처음이다. 어떤 질문을 해도 망설임 없이 술술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간다. 강연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48)가 지난달 14일 영화 '머니볼'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2박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레드 카펫 등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그의 연인 안젤리나 졸리(36)가 한국을 방문한 바 있지만, 피트가 한국에 온 건 처음이다.

"지난해 졸리에게서 한국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동안 왜 한국에 오지 않았느냐고요? '머니볼'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것이 경제적인 부분과 연결이 되는 거죠.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웃음)

'머니볼'은 2002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을 중심으로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그린 실화를 담았다. 빈 단장은 경기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 승률을 높여 주목받았다. 피트가 '야구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애슬레틱스의 빈 단장을 연기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빈 단장은 불안과 확신에 찬 모습을 동시에 보인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가난한 야구팀의 단장으로 돈 많은 야구팀과 경쟁해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 방법론을 찾아야 했죠. 다윗이 골리앗과 싸워 이기려는 것과 같아요. 그러려면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해요. '왜 100년 전 도입된 방법들이 지금도 유효할까'라는 생각 말이죠. 야구 안에 있는 비효율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깨닫는 거죠. 또 빈이라는 캐릭터는 젊은 시절 위대한 선수라고 기대받았지만 실패했죠. 하지만 실패를 밑거름 삼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요. 저도 승부욕이 강하거든요? 그 점도 무척 공감되더라고요."

다른 팀과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은 빈. 그를 연기한 피트는 할리우드 경쟁 시스템에서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달라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을까.

"전 스토리를 많이 봐요. 이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또 누구와 작업할지도 생각하죠. 요즘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있는데 캐스팅에서도 다양한 재능이 있는 배우들과 작업하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에서 한 부품이 되기보다는 제가 다른 사람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쓰일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킥애스, 영웅의 탄생' '트리 오브 라이프' 등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 그는 영화를 만드는 데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머니볼'을 통해 201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하자 그는 "배우로서, 제작자로서도 좋은 영화, 고품질의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금뿐 아니라 10년 뒤에도 좋은 메시지를 전하느냐가 핵심이에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가서 수상을 한다면 그 또한 즐거움이 되겠죠.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수상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즐거울 거예요. 시상식장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술을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니까요."

'머니볼'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트리 오브 라이프'는 다른 스타일이다. 조금 더 묵직하다. 그는 "'트리 오브 라이프'는 미국의 1950년대 사회를 이야기하며 진솔한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진지한 작품을 한 뒤 유머 감각이 있는 머니볼 같은 작품을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피트는 1987년 영화 '무인지대'로 데뷔해 올해로 24년째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을의 전설'(1994), '12몽키즈'(1995), '파이트 클럽'(1999), '오션스 일레븐'(2002),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등 꼽아야 하는 작품이 너무 많은 배우다. 골든 글로브와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도 수상하며 대중성과 연기력을 갖춘 세계적인 스타로 유명하다.

뭇 여성들을 사로잡은 건 당연하다. 아이 6명의 아빠지만 아직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런 그가 최근 은퇴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TV 프로그램 '60분' 호주 버전에 출연해 "50살이 되기 전에는 배우 생활을 청산하고 프로듀싱 등 작품 제작에 관심을 쏟겠다"고 밝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 많은 여성들이 허탈해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물으니 아직은 아니다.

"배우로서 활동을 그만두는 데 대한 기한을 둔 건 아닙니다. 제작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요. 현재 제작하기에 복잡한 어려운 작품이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배우나 제작진에 대해 투자하고 싶어요."

피트는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가 드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지혜도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아요. 젊음과 지혜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항상 지혜를 선택하길 원했어요. 아버지가 되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고, 제 생각 또한 달라졌어요."(웃음)

피트는 현재 영화 '월드 워 Z'를 제작 중이다. 국내 투자배급사인 롯데와 협력관계를 맺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신작은 좀비 영화"라며 "한국 투자사가 참여했는데 앞으로 한국 회사들과 협력을 하고 제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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