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세우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없애라고 하고….'
특정 인물의 동상을 놓고 계속 시끄럽다. 맥아더, 이승만, 박정희, 김백일의 공과에 대해 시각을 달리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지만, 동상만큼 정치'역사적인 상황에 따라 존폐가 좌우되는 것도 드물다. 동상이 이데올로기의 외형적 표현인 탓이다. 낡은 이분법적 사상에 목매고 있는 한국에서는 당연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영국 런던의 명소인 트라팔가 광장에 높다랗게 서 있는 넬슨 제독의 동상은 경이롭다. 1805년의 트라팔가 해전 승리를 기념한 그 동상은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모습 그대로 무려 51m 높이의 좌대에서 런던 시내를 굽어보고 있다. 동상을 자세히 살피려면 목을 뒤로 젖혀 눈을 한없이 치켜 올려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의도를 짐작게 한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의 자부심과 오만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상징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방돔 광장도 비슷한 풍경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커튼처럼 둘러싼 8각형 광장에 44m 높이의 기념탑이 서 있는데 나폴레옹이 1805년 아우스테틀리츠 전투 승리를 기념해 만들었다. 나폴레옹은 기념탑 꼭대기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꼼수를 썼는데 정치적 격변기마다 여러 차례 철거됐다가 또다시 세워지는 수난을 자초했다.
예전 소련과 동구권 국가에 서 있던 수천 개의 레닌'스탈린 동상은 1991년 소련연방 해체 후 대부분 파괴돼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 요즘 러시아, 발틱3국, 체코 등에서 흉물로 방치돼 있던 부서지고 낡은 동상을 그러모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걸 보면 '지하의 레닌이 통곡할 것'이라는 현지인의 말이 실감 난다. 4'19 직후 서울 남산에 서 있던, 당시로는 세계 최고 크기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도 처참하게 파괴됐으니 동상만큼 권력 무상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없다.
박태준 포스텍(포항공대) 설립이사장 겸 포스코 명예회장의 동상(조각상) 제막식이 포항에서 열렸다. 모금과 추진 주체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박 명예회장의 동상 건립 자체를 반대한 이는 없었다. 포스코와 포항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니, 포항 시민들의 동상 건립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아마 10, 20년 후 포항 요지에 넬슨 제독이나 나폴레옹 동상만큼 웅장한 동상이 세워지지 않을까 싶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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