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한국의 무역 규모가 오는 5, 6일쯤 1조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무역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선 해가 1951년이니 60년 만에 무려 1만 배가 늘어난 것이다.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역사상 전무한 속도요, 명실상부한 무역 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재확인시킨 쾌거다. 자원이 없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역뿐이라는 정확한 판단과 '잘살아 보자'는 강인한 의지가 낳은 결과다.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원조를 받는 처지에서 원조를 주게 된 국가, 그리고 연간 무역액 1조 달러를 이룬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보다 앞서 1조 달러를 이룬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 8개국뿐이다. 모두 우리보다 한참 앞서 산업화를 이룬 나라들이다. 중국은 예외라 하지만 한국보다 국토 면적이 100배, 인구 수 26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감안하면 우리가 이룬 성취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우리는 이런 성과를 디딤돌로 더 강한 통상 국가로 가야 한다.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가 살길은 과거도 그랬듯 미래도 통상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우선 수출시장 다변화다. 우리의 수출시장은 선진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특히 대중 무역 의존도는 56.9%나 된다. 이는 중국 경제가 침체하게 되면 우리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수출시장을 신흥개발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내수시장 확대도 시급한 문제다. 우리 경제의 최대 해결 과제의 하나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다. 수출에서 거둔 과실이 고루 나눠지지 않으면서 내수는 위축 일로에 있다. 서민경제가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내수 확대는 말처럼 쉽지 않다. 내수시장이 발달하려면 기본적으로 인구 규모가 1억~2억 명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국내 인구는 앞으로 줄어들게 돼 있다. 정부는 깊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관세 없이 무역을 할 수 있는 우리의 경제영토는 세계 총 GDP의 61%로 넓어진다. 다시 도약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 이득을 국민이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경제 체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역 1조 달러 돌파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는 잘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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