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지만, 기대도 적잖았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뚜껑이 열렸다. 지난해 연말 선정된 4개 종편 사업자들은 1년의 준비를 거쳐 방송 전파를 송출했다. 이로써 신문의 방송 겸영, 이른바 '미디어 빅뱅'이 시작된 셈이다.
동아일보 '채널A', 중앙일보 'JTBC', 조선일보 'TV조선', 매일경제 'MBN' 등 4개 종편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으로 개국 축하쇼를 열고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골라보는 재미' 시청자들은 반갑다
그동안 스타 PD, 유명 연예인들을 앞다퉈 영입한 종편 4사들은 드라마, 예능, 교양, 보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선잡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종편의 성패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콘텐츠의 제공에 달려 있다. 따라서 종편 4사들은 초반 시청률 경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히든카드'를 내놓는다.
채널A는 최불암'유호정 주연의 '천상의 화원 곰배령', 지창욱'왕지혜'황신혜가 출연하는 '총각네 야채가게' 등의 드라마를 선보인다. 또한 김수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쇼킹', 각 종목의 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연하는 '불멸의 국가대표' 등도 기대작이다.
옛 TBC(동양방송)의 부활을 노리는 JTBC는 채시라 주연의 사극 '인수대비', 정우성'한지민의 '빠담빠담' 등의 드라마와 김혜자가 나서는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등이 편성되어 있다. 이외에 소녀시대, 송중기, 김병만 등이 포진한 예능 프로그램도 방송된다.
TV조선은 특화된 보도 프로그램과 드라마와 교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국민엄마' 김해숙 주연의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100억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야심작 '한반도' 등의 드라마와 비무장지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DMZ'가 방송될 예정이다.
MBN은 공채 개그맨 15명을 뽑아 예능 프로그램 빅뱅 대성 주연의 드라마 '왓츠 업', 박해미'이재용'박한별 주연의 군대 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 신동엽의 시트콤 복귀작 '뱀파이어 아이돌' 등이 시청자를 맞고 있다.
기존의 방송과의 차별은 "글쎄요"
종편은 개국 전부터 자사의 신문 지면을 통해 대대적 홍보를 펼치며 채널의 차별화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종편 프로그램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기존 지상파와 닮은 모습이다. 파격보다는 안전을 택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케이블 채널이 초반 과도한 '실험정신'과 낯선 포맷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상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케이블 채널은 특화된 아이템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종편들이 가세해 차별화를 부각시키며 지상파와 케이블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다수의 케이블 채널들이 몇 년간 실적을 올리지 못했던 것처럼, 종편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당장의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종편이 초반에 보여주는 과도한 보이기식 경쟁과 개국 초기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의 수준이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한정된 제작 투자비로 인해 간판 프로그램 외에 손쉽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양산될 수 있고, 재탕'삼탕의 '때우기'식 편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광고시장...기존 언론사는 총파업
종편의 등장으로 업계가 촉각을 세우는 것이 광고 시장이다. 방송의 수익구조는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종편의 출범에 따라 광고시장이 지금보다 눈에 띄게 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상파의 입장에서는 광고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종편은 지상파와는 달리 중간광고와 간접광고에서 자유롭고 신문과 방송 패키지 판매가 가능하다. 종편은 이 같은 강점을 내세워 지상파의 75~100%, 케이블 방송의 10배가량의 광고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체적으로 지상파와 종편이 한정된 광고시장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종편이 출범한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상파'라디오'신문 등 전국 45개 언론사 노조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종편은 거대자본들이 뒷돈을 댄 재벌'언론족벌의 합성체"라며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편이 출범함으로써 광고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고, 실질적인 피해는 지역방송, 종교방송, 지역신문이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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