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표에서 드러나듯 고용 기회'문화 환경의 격차 등에 따른 수도권 집중 심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우리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갈등 구조가 비단 계층 간, 세대 간, 정치세력 간, 종교 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이들 불균형 요인보다 더 뿌리 깊은 갈등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앵벌이 자치?
이는 올해로 20년을 맞은 지방자치의 부활에 대한 근원적 회의(懷疑)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지방세의 비율이 낮아 '2할 자치', 지방의 능력이 중앙 정부에 가서 돈 타 쓰는 것으로 판가름이 나는 '앵벌이 자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법률 차원의 지방분권 개혁이 이미 한계를 노출한 만큼 차제에 지방분권형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정부의 조세권 강화, 권한 이양에 상응한 재원 이전 보장, 재정 분권 조항 등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효적인 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자치단체장들도 앞다퉈 "양대 선거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주요 의제가 되도록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강력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중앙에서는 '중앙=효율, 지방=비(非)효율, 무(無)경쟁력'이란 인식이 많다. 지방분권 자체를 갈라먹기 요구 쯤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5일 "지방분권은 행정과 재정의 분권을 의미하는데 재정이 따라오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며 "중앙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지방의 입장도 지역이기주의로 폄하하고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분권은 단순한 지역의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모든 지방이 잘 돼야 국가가 잘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의 토대인 지방분권이 우리의 미래 명운을 가를 내년 총선과 대선의 공약으로 채택돼야 하는 하는 이유다.
총선'대선을 지방분권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은 이미 있었다. 2002년 제16대 대선 직전 전국에서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 대선 후보들이 '지방분권 대국민 협약'에 서명했고, 이듬해 지방분권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도 전국연대인 '지역균형발전과 민주적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분권 국민운동'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각당 대선 후보들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지방분권은 사회통합의 초석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지방분권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돼 왔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자료에 따르면 지방 이양이 확정된 국가사무는 지난 9월 말 현재 모두 2천980건이지만 이양이 완료되지 않은 사무가 1천271건에 이른다. 또 지방재정 자립도는 갈수록 낮아져 1999년 69.6%에서 올해 51.9%로 감소했다. 지방세 비중 확대와 세원의 지방 이양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방분권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총선'대선 공약화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방분권에 대한 말들은 많았지만 구체적 방법이 문제였다"며 "핵심인 재정분권을 강화하는 조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분권만 놓고 본다면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더 가깝다"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대선공약 채택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이철우 의원은 "지방분권은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라면 여야를 떠나 공감하는 문제"라며 "박세일 전 서울대교수가 주장해온 '경제 개념의 연방제'가 지방분권형 개헌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여야간에 지방분권 추진 공감대는 있었지만 확고한 연대 노력이 부족했다"며 "19대 국회를 앞두고 강하게 요구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분권은 사회 통합의 초석이다. 실질적인 분권화를 바탕으로 지역 중심의 발전정책을 개발, 지역의 역량을 극대화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민들의 복지증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방은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의 '사시'같은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너의 일이 아닌 나와 우리의 일이라는 점에서 주민들도 무비판적인 사고와 무관심에서 탈피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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