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스럽다'와 '~답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검사스럽다'는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뭔가 고깝고 마땅찮은 부정적 심기가 담긴 표현이었다. 얼마 뒤 그 자신도 '놈현스럽다'는 조어(造語)의 주인공이 되긴 했지만 '~스럽다'는 말은 그닥 긍정적이거나 미화된 말은 못되는 것 같다. 반대로 '~답다'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意味)를 담고 있다. '신사답다' '스승답다' '군인답다' 같은 것들이다. 사는 것도 '사람답게' 살아라 하면 사람 된 본분과 도리를 잘 지키며 살아란 뜻이 담기고 '사내답게' 행동하라면 용기와 의리, 행동력을 지니라는 의미가 된다. 국민과 사회가 '답게 살고' '답게 되면' 그 국가와 사회는 '나라다운' 나라, '사회다운' 사회가 된다.

지금 우리는 나라는 '나라답지' 않고 정치인은 '지도자답지' 않으며 판검사는 '판검사답지' 않고 연예인은 '예술인답지' 못하며 교수는 '교수답지' 않은 세상으로 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보수그룹은 물론이고 진보'좌파 속의 극소수 '답지 않은 자'들의 얘기다. 저마다 제자리, 제 분야에서 '그 자리에 앉은 사람답게' 각자의 본분과 역할에 충실하면 나라다운 나라가 될 텐데 그게 자꾸만 무너져가고 있다. 의사당에 최루탄을 터뜨리고 공중부양 쇼를 벌인 의원답지 않은 의원들이 야당 원내대표, 부대표 자리를 차지하는 세상. 그런 자들을 징계조차도 못하는 국회답지 않은 국회.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의원들이 의원답지 못하니까 의원 비서까지 망둥이처럼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 답지 못한 짓을 본본다.

벤츠 여검사와 그런 추문을 쉬쉬 덮어온 검찰답지 않은 검찰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현직 판사들조차 수장(首長) 어른인 대법원장 충고도 아랑곳없이 법정을 뛰쳐나와 FTA 반대운동에 열을 올린다. 동기가 옳든 그르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환생한다면 '판사스럽다'고 했을 '답지 못한' 처신이다.

공지영이란 여자 소설가는 트위터에 김연아와 가수 인순이를 비아냥거리는 글을 띄웠다. 아마도 두 사람이 보수 언론이 만든 종편 TV에 참여한 게 좌파적 눈에는 거슬렸던가 보다. 솔직하게 '보수 신문사가 만든 TV에 왜 출연해 주느냐'고 했으면 차라리 솔직한 여자로나 보였을 텐데 '인순이 님 걍 개념 없는 거죠 모' '연아, 아줌마가 너 참 예뻐했는데~ 근데 안녕!'이라고 썼다. 이게 '소설가다운' 소설가의 트위터 글쓰기인가. 만약 그녀의 트위터에 '아줌마, 이거 알아? 첫째 아줌만 연아보다 덜 예뻐. 둘째 아줌만 연아보다 더 늙어서 스케이트도 잘 못 타. 그리고 아줌만 인순이보다 노래 영 못해. 그러니 문단에서도 안녕!'이란 글 올라오면 팔짝팔짝 뛸까? '답지 못한' 트위터 글 써서 갈등을 만들면 자신도 답지 못한 트위터 글에 상처받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꼼수 연예인은 경찰청장을 '새끼'라고 불렀다. '나꼼수'가 아니라 '나깡패'다. 그런 언어테러 수준의 트위터 글쓰기로 서로를 쏘아대는 공방은 아군진지 안에서 서로 맞총질을 하는 것과 다를 것 없다. 답지 못한 국가사회를 만들면 공멸(共滅)한다. 그렇다고 SNS 세계의 글쓰기를 규제해보겠다고 나서는 집권층의 유치함은 답지 못한 자들보다 더 답지 못하다. 정치권의 윗물이 '답지 못하게' 흐르니 엊그제 당선된 송사리 지자체장들까지 덩달아 국회의원 해먹겠다며 줄줄이 사표를 던진다. 장(長)답지 못한 자들의 사욕(私慾)을 채워주기 위해 피 같은 지자체 주민 세금으로 수십억 원 보궐선거 비용을 대줘? 답지 못한 사회, 답지 못한 나라가 안 될 수 없다.

더 이상 도처의 답지 못한 언동들을 방치하면 '~답게' 사는 계층은 점점 위축되고 '~스럽게' 날뛰는 자들만 넘쳐 오르게 된다. 그런 나라와 사회를 '답게' 되세우려면 오직 하나, 국민이 국민답게 바로 서야 한다. 답지 않은 판검사, 답지 않은 소설가와 개그맨, 답지 않은 국회의원, 교육자, 정부 고관이 두려워할 만한 깨어 있는 국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낙선투표, 소환권 행사, 바른 댓글 맞쓰기 등 '실천하는 행동'이다. 더 이상 뒷짐을 진 채 답지 않은 자들의 망동에 혀만 차고 있어서는 안 된다. 좌파 규탄 집회엔 노인들만 내보내 놓고 침묵의 냉소만 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붉은 오물이 둑을 넘기 전에 모든 보수와 중도, 건전 진보는 민주시민답게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둑을 넘은 오물은 침묵했던 사람의 옷자락부터 적신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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