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추세연장의 오류

트웨인은 재미있는 계산을 한 적이 있다. "지난 170년 동안 미시시피 강 하류가 240마일 줄어들었다. 이는 연평균으로 1과 3분의 1마일이 된다. 이로부터 장님이나 멍청이가 아닌 이상 누구나 100만 년 전에는 미시시피 강의 길이가 130만 마일로 멕시코만 밖으로 돌출해 있었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추세로 미시시피 강이 줄어들면 언젠가는 강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장님이나 멍청이가 아닌 이상 이런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안다. 알다시피 미시시피 강은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이런 재담을 한 것은 '추세연장'의 오류를 비꼬기 위해서였다. 추세연장이란 이전부터 그래 왔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함정이다. 추세연장이 오류인 것은 논리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가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추세연장의 대표적 오류는 '맬서스의 저주'다. 맬서스는 일련의 계산을 통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머지않아 기근과 빈곤이 찾아와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질소비료 대량 생산을 포함한 '제2의 농업혁명'과 사망률과 출생률이 모두 낮아지는 인구학적 천이(遷移)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가 한반도 평균기온이 2020년에는 최대 1.5℃ 상승한 13.8도, 2030년에는 최대 3.7도 오른 16도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근거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지난해 제시한 '신(新)기후변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의 기본 논리는 추세연장이다. 그래서 이 시나리오는 많은 과학자로부터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지구 온도 상승 추이를 정확히 알려면 세계의 평균기온 수치가 필요한데, 현재 산업화되지 않은 지역과 해양에 대해서는 알맞은 측정치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측정치가 있는 지역의 자료도 도시화로 인한 온도 상승처럼 국소적인 변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한반도 온난화 경고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경고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부정확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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