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경북, 역전의 조건

대구경북 지역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명제가 되어 버렸다. 최근 자동차, 섬유 등 일부 품목의 수출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서울 부산은 물론이고 다른 도시들에도 경제가 뒤처지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젊은층의 감소 추세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근간이었던 대구경북이 이런 추세로 갈 수는 없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역전의 길을 찾아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필자는 지난 4개월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의 인사를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그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까,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돌파구가 무엇일까 고민해 왔다. 우선 그 돌파구를 열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새로운 것과 변화에 대해 관대해지자. '변화없이 미래없다'(No future, without change)는 말은 지식사회에서 더 이상 새로운 말이 아니다. 기존의 전략과 방법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새로운 사고와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아날로그 TV시대에 열등생이었던 삼성전자가 평판디지털 TV의 조기 개발과 상용화로 단숨에 세계 TV시장을 주도하게 된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필자는 대구경북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섬유, 철강,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모바일, 의료 등 주력산업에 신산업을 융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산업융합의 근간은 바로 IT소프트웨어이다. 지역에서 IT소프트웨어 육성을 위한 논의가 있지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일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든 경쟁의 축과 장르를 바꾸어, IT 소프트웨어를 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는 국내외 관련기업을 유치하거나 지역기업과 외국기업 간의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활성화시켜, 기술 수준을 높이고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필자는 해외출장에서 많은 외국기업인들로부터 국내기업과의 조인트 벤처를 제안받는데, 성사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변화를 가져올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둘째,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창의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만들어 가자. 젊은 벤처사업가들이 아이디어만 갖고도 창업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 간다든지, 독창적인 과학기술인력 우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방안이다. 본질적으로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진 지역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뜻에서 최근 지역 내 한 유력기업에서 금형 등 자체적으로 중요한 인력분야에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은 좋은 모범사례로 생각된다. 반면에 필자가 만난 한 외국기업인은 지역 내 금융기관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서비스를 잘 제공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뿐만 아니라 지역 유관기관 전체가 절박함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셋째, 지금의 대구경북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구경북 경제통합논의가 있지만, 우선 중요한 분야부터 협력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투자유치 분야에서는 대구경북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전략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대구광역시 및 경상북도와 투자유치를 위한 정기적인 정보교류모임을 가지고, 단계적 협력방안을 강구해 나가려고 한다.

대구경북이 역전을 노린다면 그 분야는 지식사회에 대한 논의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1993년 지식사회 탄생을 예견한지 18년이 흘렀지만, 지식혁명은 아직 초기단계다. 세계 각국이 지식사회의 주도권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누구라도 선도자(First mover)로서 지식혁명에 뛰어들 수 있는 장르는 아직도 많다.

대구경북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진 기업이 IT융복합, 부품소재, 그린에너지, 의료'교육 등 신성장산업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세계경제의 성장축이 아시아의 신흥경제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겐 호재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요기 베라(Lawrence Peter Berra)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그래서 항상 역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빠르면 5년, 10년 내에는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근간이었던 대구경북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역전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 정말이지 시간이 없다.

최병록/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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