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빚이 시가 밝힌 것보다 6천억원이 더 많다고 최근 대구시의회 김원구 의원이 주장하면서 대구의 정확한 부채 규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의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탓에 시에 숨겨진 부채가 더 있다는 주장은 대구시의 재정운용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부채와 채무의 차이?
대구시의 '빚' 논란 배경에는 채무와 부채를 보는 인식차이에서 비롯된다.
정부 기관의 세입세출결산서상 채무(Debts)는 '이자를 붙여 금전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한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는 지방채, 차입금, 채무부담행위, 보증채무부담행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대구시는 올해 채무가 2조4천120억원이라고 밝혔다. 2005년 2조8천442억원을 정점으로 채무가 줄고 있으며 매년 1천억원 이상 지방채를 감축해 2006년 총 채무를 1조9천억원대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타 시'도의 총채무액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대구시는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에서도 건전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모범 사례"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재무보고서상의 부채(Liabilities)는 복식부기원리에 따라 임대주택보증금, 일반미지급금, 선수금 등이 포함된다. 정부 기관의 회계 잣대인 채무와는 차액이 발생한다.
이 같은 부채의 관점에서 보면 김 의원이 지적한 각종 기금 적립금과 학교 용지 부담금, 지방교육 재정 부담금, 범안로 재정 지원금 등도 대구시의 빚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재정 여건이 어려워 당장 적립금과 부담금을 채울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대구시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미래에 발생할 채무도 부채"라고 주장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실제 김 의원은 '부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대구시는'부채'대신 '채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채무' '부채' 논란은 최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채무를 바탕으로 서울시의 부채가 19조원이라고 주장했고,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부채를 근거로 25조원이라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각종 적립금과 부담금
이번에 논란의 핵심이 된 각종 적립금과 부담금은 재난 등 위기 상황과 복지를 비롯한 각종 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기금을 적립하도록 법제화돼 있다. 대구시 등 광역지자체는 18개 안팎의 기금을 적립해야 하지만 실제 적립률은 법정액의 30~50%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재난관리기금의 경우 인천시는 법정액(취득세 등 보통세의 1%)의 32%, 광주시는 38%, 대구시는 45%를 각각 적립하는 등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적립률이 천차만별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의 경우 경기도 1조2천억원, 대구시 1천억원 등 전국적으로 2조2천억원의 예산이 사실상 미납된 상태다.
지난해 국회의 대구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대구시의 재해구호기금 적립률이 전국에서 꼴찌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대구시 북구 노곡동 물난리를 예를 든 임 의원은 "이재민 구호에 사용되는 재해구호기금 적립률이 16개 시'도 중 대구시가 32%로 가장 낮은데 부산, 경북, 경남은 적립률이 100%가 훌쩍 넘는다"고 지적했다. 재해구호기금 법정 최저적립액은 최근 3년간의 보통세 수입결산액 평균의 3%다. 이에 따라 대구의 최저적립액은 339억9천400만원이 되어야 하지만 작년 당시 기금 잔액은 107억7천만원으로 232억원이나 부족했던 것.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만의 문제는 아니며 전국 시'도가 자율적으로 적립하고 있고 어느 시'도도 채무에 각종 적립금과 부담금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방재정 건전화가 관건
전문가들은 채무냐, 부채냐의 논쟁을 떠나 지방재정이 열악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원 불균형이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수입으로 볼 수 있는 세입구조는 국세와 지방세가 8대2 비율이지만 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구조는 4대6 정도여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지방정부는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기개발연구원 자치행정연구부 송상훈 부장은 "지방세의 세원 구조는 대부분 재산세이고 시'도세의 경우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대부분인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이런 세율이 급변하면서 지방정부가 휘청거린다"며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에 당근을 주지 않고 청사규모 제한 같은 채찍을 휘두르며 책임만 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열 한국지방자치학회장(경일대 교수)은 "대구는 과거보다 채무 구조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여전히 어렵다"며 "사업을 최소화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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