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구원등판' 초읽기?…'홍준표 체제' 붕괴 한나라

한나라당 내 친박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최고위원과 쇄신'소장파의 대표인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혀 지난 7'4 전당대회로 출범한 '홍준표 체제'가 사실상 붕괴됐다. 5개월여 만의 일이다. 향후 한나라당이 맞이하게 될 미래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우선 당장 예상할 수 있는 카드가 '천막당사'에서 당을 구해낸 전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론이다. 당내 다수 인사들이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재창당 결의나 해산 후 신당 창당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 인사들은 분당을 우려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렵다"는 위기감에는 공감하지만 내놓은 해법은 당내 입지나 소속 계파 등에 따라 다양하다.

이들 각종 시나리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포함하고 있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둘러싼 방정식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구원 앞당기자

유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 지도부는 도미노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5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유 최고와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사퇴 대열에 동참하면 자동적으로 홍준표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그간 홍준표 대표 체제를 지지해왔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이렇게 된 마당에 결심을 굳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난파선의 새 선장으로 키를 잡을 경우에는 분당 없이 '재창당 수준에서의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그간 "당을 깨고 다시 만들고 하면 정당정치의 발전은 어렵다" "정책쇄신 후 정치쇄신"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혐오"로 공격해 온 데 대한 반격성 발언이었다.

당명(黨名)을 바꾸자는 일부 여론도 있지만 박 전 대표는 현 당명을 고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차떼기 정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때 '천막당사'로 위기를 헤쳐나간 향수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일부는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나서는 것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좋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당 대표로 나서기 위해서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이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분당(分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집권 여당의 주류였던 친이계는 총선 정국에서 비주류로 소외됐다. 박 전 대표가 홍 대표 체제를 지지하고 친박계와 당권파, 쇄신'소장파가 10'26 재보선 이후 뜻을 같이하면서 주도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자서전 출간 전후부터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박 전 대표 대세론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정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친이계 일각이 당을 나와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분당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물갈이론을 놓고 수도권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대립각을 세운 것도 분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수도권 친이계가 이탈해 새 보수정당에 몸담을 수 있다는 풀이다.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연대 가능성도 친이계 일부에서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당 위기를 초래한 5인방'으로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박 전 대표, 홍 대표를 지목한 것도 "이들과의 결별만이 살길"이라는 분당 시나리오가 내포돼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나라당 해산 후 신당 창당 가능성은?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권에서 회자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18대 국회 들어 치러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에 나타난 '한나라당 심판'이라는 국민의 뜻을 수렴해 당이 해산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논리다. 총선정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않아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후보가 대거 등장하는 것도 '한나라당 브랜드' 약발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없애고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인물은 그대로고 간판만 바꿔서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는 내부 비판도 있다. 대신 새 신당에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대(大)중도신당' 세력과 힘을 모은다면 보수중도세력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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