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기 위해서 1시간가량을 기다렸다. 대기실이 한산해서 잠시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소 의외였다. 기다리기 지루해서 병원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무척이나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 때문에 '정형외과'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진료실 안을 들여다보니 젊어 보이는 의사가 해부학 그림책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나래정형외과의원(053-241-8275) 박성기 원장을 만났다. 그는 우선 "카페처럼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의 정형외과 클리닉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기시간이 길어서 불만 사항이 많이 접수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진단이 제대로 돼야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며 "환자가 불편해하는 점을 충분히 듣고, 직업적인 요인, 라이프 스타일까지 파악해야 하는 데다가 이학적 검사는 필수여서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환자에게서 발견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장차 어떤 검사와 치료 과정을 거칠 예정인지 상세하게 설명한다고 했다.
사실 박 원장이 환자를 한 명 한 명 꼼꼼하게 진료하는 것은 경북대병원 임상교수 시절부터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에 따르면 진료 대기 시간 때문에 처음에는 민원이 상당수 접수되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그를 찾은 환자 대다수가 진료 내용에 만족해했다고 한다.
박 원장은 경북대병원에서 족부(발'발목) 질환을 담당했다. 왜 하필이면 냄새 나는 발을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신발을 좋아하거든요." 신발 때문에 얻은 질환으로 인해 나타난 발 변형에 관심을 갖다 보니 족부 질환을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 그는 임상강사 시절 척추, 고관절, 슬관절, 외상, 소아정형외과(변형 교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그 때문인지 발 질환을 다른 신체 부위의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데 있어서 유연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겠죠." 족부 질환 때문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고, 다른 문제 때문에 족부 질환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족부는 척추로부터 하지 전체에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체중을 받는 부위인 만큼 족부 질환만을 떼어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환자 진료에 있어 해답은 당사자인 환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가장 불편해하는 점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 예를 들어 최근 무지외반증 수술 건수가 급증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무지외반증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만큼 통증이나 변형이 심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의사의 필요에 의해서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과도하게 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지외반증이 있지만 실제로는 발바닥 앞꿈치의 통증(중족골통)과 굳은살을 가장 불편해하는 환자에게 과연 수술부터 권할 것인지 반문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수술 후에 굳은살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와 반대로 수술의 합병증으로 중족골통이 오히려 심해지는 현상(전이 중족골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수술에 앞서 중족골 패드를 처방하는 의사가 오히려 실력 없는 의사로 치부되어 버리는 현실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의 진료 철학은 역지사지(易之思之). 자신이 환자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받고 싶은 검사나 치료 방법이라면 환자에게도 똑같이 권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근래에 널리 이용되는 체외충격파 치료기의 경우에도 미국 FDA 승인 제품을 도입했다. "임상 연구를 통해서 치료 효과가 입증된 제품과 치료 프로토콜을 그대로 이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환자가 아무리 원하더라도 처방을 하지 않는다. 그는 급성으로 나타난 족저근막염 환자에게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만성 족저근막염과 달리 의학적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특이하게도 오소틱(ortho tics, custom-made insole)을 직접 만들고 있었다. 그는 오소틱 제작 시스템 역시 프랑스 시다스(Sidas) 사의 의료용 브랜드 포디아텍(Podiatech)을 도입했다. 이 또한 진료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고의 소재와 시스템을 사용해서 족부의 해부와 생역학, 병태생리가 고려된 오소틱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특히 아치가 완성되기 전인 만 10세 미만의 아동들은 오소틱을 처방받기 전에 먼저 소아정형외과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박 원장은 대학병원급의 골다공증 진단 장비를 도입하고 국내에는 그 수가 약 50명 정도에 불과한 국제 공인 임상 골밀도검사 판독의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굳이 영어로 된 까다로운 시험을 치른 이유를 묻자 역시 "제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진료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골다공증은 결국 골절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골다공증의 진단과 생활 습관 개선, 중장기적인 약물의 투여와 중단 등을 관리하는 거점 클리닉으로 양성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박 원장에게 병원명을 '나래'로 지은 까닭을 물었다. 그는 환자들의 발 건강과 뼈 건강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는 소망에서 '날개'를 '나래'로 부드럽게 표현해 이름을 지었으며 모든 분야에서 잘할 수는 없지만, 족부 질환과 골다공증, 그리고 스포츠 외상의 진단과 치료에서만큼은 실력 있는 클리닉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