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응급실 제대로 이용하기(하)

응급실은 병원진료의 시작…빠른 진단'최적의 치료가 우선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 지역에서 응급실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시작되는 말이 응급의료체계를 정비해야 된다는 말이고, 그 마지막 대책 또한 응급의료체계를 잘 정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응급의료체계는 무엇인가?

응급의료체계는 거대한 공룡이다. 서서히 움직인다. 이상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꿈꾸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멀리 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 문제점이 발생해서 다음 주나 다음 달을 목표로 개선을 하려고 들면 '밑 빠진 독에 돈 붓기' '겨울철 땅 뒤집기' 식으로 남는 게 없다. 겉치레이고 임시방편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이 자주 모여 응급실 관련 문제점들을 논의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뒤에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수혜인 경우가 많다. 당장 다음 달부터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의료사고들을 예방하는 단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배가 심하게 아파 겨우 119에 요청해 내복차림으로 응급실에 갔지만,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이 응급실에 가득 차 있고 입원실이 없어 어제부터 대기 중인 환자가 절반이 넘는 것이 지역 대학병원의 현실이다. 물론 1년 내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느낌은 늘 그러하다.

◆응급실은 병원진료의 시작

응급의료체계란 환자가 발생했을 때 119를 통하거나 자가용이나 택시 등을 통한 이송단계인 병원 이전단계와 응급실 도착 이후부터 진행되는 병원 내 단계가 있다. 환자를 빨리 이송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이송 후에 그 병원이 얼마나 위중한 순서대로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잘 분류해 적절한 시간에 치료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렇듯 응급실은 응급의료체계의 끝이 아니라 두 번째 단계인 병원 단계의 시작이라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응급실에서 발생되는 문제가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병원 전체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시술이나 수술은 응급실만의 능력으로 해결되지 않고 응급실 바깥에 반드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또 다른 많은 전문인력들을 필요로 한다.

◆친절'서비스보다 안전이 우선

다른 지역들은 차치하고 우선 우리 지역 대학병원들을 살펴보면 연중 포화상태인 경우가 상당 시일 지속된다. 이런 경우에는 입원실도 만원이 돼 환자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기에 응급실의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행정직원 등의 필수 인력들은 자기가 가진 능력의 한계상황에 자주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증환자들을 놓치지 않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친절과 서비스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이뤄야 할 마지막 이상이다. 계속 노력해야 할 부문이며 그것은 여유 있는 환경에서 어느 정도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각종 병원평가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연례행사는 의미가 없고 부끄러운 짓이다. 현재의 응급실 환경에서 365일 이용자 측면에서 만족감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보다는 먼저 '빠른 진단과 최적의 치료'라는 환자 안전에 우선을 두는 것이 적절치 않을까 생각한다.

◆응급실의 어제와 오늘

20여 년 전과 오늘을 비교하면 대학병원 응급실의 가장 큰 차이는 응급의학과의 존재 여부다. 20여 년 전에는 응급의학과가 없었다. 응급실의 구성인력은 2, 3명의 인턴과 간호사들뿐이었다. 모든 전공의들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인턴이 환자 발생을 해당과 전공의에게 보고하면 담당 전공의는 응급실에 와서 먼저 환자 상태를 봐야 할 텐데 그러지를 않고 고생해서 환자를 보고한 인턴을 먼저 혼내는 일이 많았다. 특별히 그 인턴에게 잘못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이상한 트집을 잡아 보고가 잘못되었다며 이 환자는 내 환자가 아니라면서 환자를 보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는 전공의들이 있었다. 그런 경우가 비록 소수인지 모르겠으나 내 기억에는 아주 강하게 남아 있다.

응급의학과는 쉽게 마음먹고 선택을 할 수 있는 과가 아니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이고 다른 과들과 비교하면 육체적'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더 나아 보이는 것도 없다. 1년 열심히 하다가도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온통 된서리를 맞고 고개 숙여야 하는 것이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사람들의 숙명이다.

응급의학과는 응급실의 안전지킴이다. 인력에 있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만큼 선택한 사람들은 힘이 든다. 인력수급에 대한 대책으로 응급의료수가를 얘기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방정식이 복잡하다. 단기간에 풀기에는 어려운 문제다.

최우익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의학과장

정리'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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