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이라고 소문난 음식점은 대부분 단골손님이 많다. 대구 최대 규모의 음식점거리인 '들안길'에도 식당마다 단골손님이 다르다. '맛'은 기본이고, 맛 이외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은 꼭 '그 집'만을 찾아가는 독특한 현상을 보인다. 음식 마니아인 김종호 한의원장은 오래전부터 '문경새재 숯불촌'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맛의 지존은 역시 '한우 숯불구이'가 아닐까?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한우' 맛을 본 후 한결같이 '원더풀'을 외친다. 대구 수성구 상동 옛 대동은행 본점 건너편에 있는 '문경새재 숯불촌'(대표 류성한)은 한우 숯불구이 전문이다. 이곳에서 10년이 넘도록 영업을 하고 있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음식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손님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오랜 단골인 김종호 한의원장은 "너무 고급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은 서민풍이라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단골손님이 된 이유를 소개한다. 김 원장은 한의원이 이곳에서 한참 떨어져 있지만 늘 이곳을 찾아온다. 폭넓은 인간관계에다 음식 분야는 거의 전문가 수준인 김 원장이 한곳을 단골로 삼는다는 것은 좀 특이하다. '문경새재 숯불촌'이란 이름이 눈길을 끈다. 류 대표는 "문경 출신이라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설명한다.
김 원장은 부친에 이어 2대째 한의사를 하고 있다. 그는 한방다이어트 전문가라 요즘 자신도 다이어트 중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문경새재 숯불촌을 찾는다.
이 집은 숯불촌이란 이름에 걸맞게 참숯에 석쇠구이다. 류 대표는 "한우고기의 맛을 최고로 살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김 원장은 평소 갈빗살을 즐기지만, 오늘은 꽃등심이다. 잘 숙성된 짙은 자줏빛 고기에 마블링이 곱게 퍼져 있다. 몇 점을 석쇠에 올려놓으니 금세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익는다. 살짝 익은 꽃등심 한점을 맛보니 참숯 연기 향이 살짝 밴 그 맛은 담백하면서도 강력한 감칠맛이다.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감각에 육즙이 살아 있어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다. 한없이 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류 대표는 "서울에서는 꽃등심이 인기인데 대구는 아직 갈빗살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동석한 김 원장의 오랜 친구 김복중(54'부동산 컨설턴트) 씨는 "이 집은 분위기가 편안해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가격이 편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김 원장의 부인 정주리 씨는 "남편과 자주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며 "친한 친구들에게 이 집의 고기 맛을 보여주니 모두 좋아한다"고 말한다. 김상민 다이어트 상담실장은 "한우 숯불구이의 그 독특한 맛의 즐김도 좋지만, 육회 맛도 일품"이라고 평가한다. 오혜미 간호사는 "육질이 연하고 감칠맛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평소 고기를 즐긴다는 김은혜 코디네이터는 "석쇠 위에서 고기가 익는 동안 적절하게 숯 냄새가 밴 그 맛은 항상 나를 유혹하는 맛"이라며 "올 때마다 늘 만족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꽃등심으로 충분히 포만감이 느껴지지만, 숯불에 올려진 된장은 또 다른 유혹이다.
숯불 위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보글보글 끓는 된장 맛에 빠져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김 원장은 "이 집에서는 꼭 뚝배기 된장을 꼭 맛봐야 한다"고 추천한다. 고기 전문집이라 메뉴는 비교적 단출하다. 갈빗살(120g)과 꽃등심은 1만6천원, 안창살은 2만원이다. 육회(150g)는 2만원, 생고기(200g)는 3만원이다. 점심특선으로 마련한 소고기 국밥(4천원)은 점심시간에 주변 사무실에서 단체로 몰려올 정도로 인기다. 예약은 053)768-9988.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추천메뉴-육회와 생고기
선홍빛 육회와 연한 생고기 안주로 '딱'
저녁 시간에는 주변 사무실에서 퇴근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문경새재 숯불촌을 찾아오는 손님 중 대부분은 '육회와 생고기' 주문을 빠뜨리지 않는다. 숯불 고기를 즐기기 전 육회와 생고기로 반주를 즐기는 것은 코스다.
반지르르한 빛깔이 감도는 선홍빛 육회는 배와 미나리 등 과일과 야채로 산뜻한 맛을 내 달콤하면서 쫄깃하다. 서울에서는 육사시미라고 부르는 생고기는 차지다. 기름기가 없는 살코기로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생고기를 어떻게 먹어?" 하던 여성 손님도 일단 한 입 맛본 후에는 젓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이홍섭기자
사진'정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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