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김재현 (주)용현개발 회장

'무궁화체육단' 창단 산파역 '경찰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열변

건설업체인 ㈜용현개발의 김재현(76) 회장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경찰 교육'과 '고향 성주'에 대한 애정이다. "은퇴한 늙은이를 취재해 뭐하려느냐"며 '엠바고'를 강조하던 김 회장은 두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며 열정적인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185㎝를 넘는 키에 운동으로 단련된 단단한 체격, 눈동자까지 내려오는 긴 눈썹이 아니었다면 그의 나이를 눈치채지 못할 뻔 했다.

경찰과의 인연은 25년 전 치안국장 비서실 근무를 마치고 경찰대 체육교관에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경찰은 제대로 된 조직 틀을 갖추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경찰 사이카 조직도 없었던 때였습니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전국에서 5대밖에 없었죠. 사이카를 만들기 위해 일본을 통해 가까스로 오토바이를 들여왔으나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경찰이 없었습니다. 당시 도로에서 운행 중 픽픽 쓰러지는 사이카를 자주 볼 수 있었을 겁니다."(웃음)

'훈련 잘 된 경찰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경찰이 썩으면 나라도 망한다'는 지론 때문에 15년간 경찰종합학교 체육학과장으로 후학 양성에 정진했다. 그러다 조금 더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전문체육인 양성을 위한 경찰 조직 구성을 제안했고 '무궁화체육단'이 탄생했다. "대통령을 뵐 때마다 체육단 구성의 당위성을 빼놓지 않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나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적 부탁만 하던데 한결같이 조직을 위해서만 부탁한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라시더군요. 집요하게 부탁한 탓에 결국 승락해주셨고, 금전적 지원도 해주셨습니다."

그는 옛 중앙정보부와 경찰을 대상으로 수백 차례나 강의한 경험을 살려 지금은 경찰 은퇴 대상자를 상대로 연중 강단에 선다. 그 때마다 "(현직에) 있을 때 잘하라. 그래야 나가서도 잘 할 수 있다"며 후배들이 끝까지 사회적 소명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최근에는 사비를 들여 자신의 강의를 집대성한 책자(사진)를 만들고 일선 경찰에 배포하는 등 그의 경찰 교육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자 그는 노래 한 자락을 들려줬다. "아~하 참외라꼬~ 가야산 맑은 물로 친환경 재배하고 해외로 수출하니 성주 성주 성주참외 효자상품이라네." 그가 작사한 '내 고향 성주참외'란 노래였다.

재경 성주군향우회장이기도 한 김 회장은 부친의 오랜 친구이자 자신에게는 까마득한 고향 선배인 가수 백년설 선생의 기념사업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거액의 금전적 지원은 물론 백 선생을 기린 '아~ 인생'이란 노래도 작사했다. "고향을 위해 뭔가 뜻있는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금전적 도움은 금세 사라지지만 밤새 고민하며 애틋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길이란 점에서 작사를 하게 됐지요."

서울에서 고향을 알리는 일이라면 어떤 조직이든 찾았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판단력이 알려지면서 각종 모임에서는 그의 참석을 독려하며 자리를 맡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용인대 이사, 대한유도회 고문, 경호연구원 총재, 신라종친연합회 부총재, 대경육영재단 이사, 무에타이협회 부회장, 성균관 관장(2009년) 등 그에게 맡겨진 직함이 수십 개에 달한다. 폭 넓은 사회 활동 덕에 훈'포장(대한민국 근정'녹조근정)을 비롯, 108개에 달하는 총리'장관 표창도 받았다.

성주초교를 졸업한 김 회장은 대구에서 운동을 하느라(유도 8단, 검도 4단) 명문 중'고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고학을 통해 국민대 경제학과와 유도대학을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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