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오전 5시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편의점. 10대 청소년 2명이 김모(19) 군 혼자서 보던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우유와 담배를 고른 뒤 계산대로 다가간 이들은 "잔돈을 바꿔달라"며 1천원을 내민 후 김 군이 계산대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다짜고짜 주먹으로 때렸다. 당황한 김 군이 자리에 얼어붙자 이들은 금전등록기에서 현금 27만원을 꺼낸 뒤 유유히 사라졌다.
1시간 뒤인 오전 6시. 이들은 대구 남구의 한 편의점에도 나타났다. 손님들이 뜸해지길 기다리다 점원 신모(19) 군이 혼자임을 확인한 이들은 계산대로 접근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들은 뜨거운 물이 든 종이컵까지 신 군에게 던진 뒤 현금 72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계산대 아래에는 범죄 신고용 비상 전화기가 있었지만 점원은 손 뻗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강도에게 맞아 코를 크게 다친 신 군은 "범인에게 폭행당한 후 너무 놀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3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이미 범인은 달아나 버린 뒤였다"고 털어놨다. 실제 기자가 강도 피해를 본 편의점에서 비상 신고용 전화기 수화기를 내려 놓았지만 순찰차는 4분26초 만에 도착했다.
하루에 편의점 2곳을 털은 이들은 대구와 부산, 인천 등 전국의 편의점을 돌며 8차례에 걸쳐 현금 267만원을 훔친 혐의로 8일 경찰에 구속됐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밤늦은 시간에 대구 남구 대명동 편의점 2곳에 들어가 점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4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A(31) 씨가 경찰에 구속됐고, 10월 31일엔 북구 칠성동 한 편의점에서 여자 점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100만원과 담배를 강탈한 10대 3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편의점 계산대 아래에는 방범용 비상벨과 수화기를 내려두면 7초 후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되는 비상 전화기가 비치돼 있다.
그러나 여러 명의 강도가 닥치면 속수무책이다. 짧은 시간에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상벨을 누르고 경찰이 출동하더라도 현장에서 범인들을 검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도 피해를 봤다는 편의점 업주 김모(39) 씨는 "야간에는 은행에 입금할 수 없어 현금을 많이 두는데 범인들이 이를 노리는 것 같다"며 "점원에게 되도록 금고에 현금을 적게 두고 강도에 대항하다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시키는 것이 대책이라면 대책일 뿐이다"고 말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편의점과 연계한 보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도 점원이 대처를 잘 못할 경우 용의자를 붙잡기 힘들다"며 "계산대에 비상벨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위급 상황 시 점원이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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