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종은 보리달마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중국 선종의 기초를 닦고 키운 이는 100년 뒤 홀연히 나타난 혜능이었다. 혜능은 23살 때 5조 홍인에게 후계자로 지목된다. 글자도 익히지 못하고 불교에 대해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평범한 젊은이에게 홍인은 '너로 인해 불법이 크게 융성할 것'이라며 법통을 잇게 한다. 후계자를 정하기 전 홍인은 제자들에게 각자의 마음속에 숨겨진 지혜를 시로 써서 내게 했다. 글을 모르는 혜능은 마침 절에 온 지방관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달라고 요청했다.
방이질을 하는 일자무식에게 관리는 '같잖은 소리 그만하라'고 핀잔했다. 혜능이 말했다. '최고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걸음마를 내딛는 자라도 깔보지 않는다. 가장 미천한 사람들이라 해도 최고의 지혜를 가질 수 있으며 사람을 깔보는 일이야말로 무엇으로도 잴 수 없는 죄악을 뒤집어쓰는 일이다.' 혜능의 말은 공자 맹자의 민본사상과 상통한다. 맹자는 민심의 향배가 나라의 으뜸이라고 강조했다. 민본사상은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로 다시 이어진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교수를 싸잡아 비판했다. 인 목사는 "대왕대비들이 발 내리고 수렴청정하는 모습처럼 느껴진다"고 박 의원을 겨냥했다. 온통 박근혜를 외치는데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처신을 비판한 것이다. '대변인격이라는 것 다 없애고 직접 나와서 국민들과 부딪치며 얼굴을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안 교수에 대해서도 "어떤 면에서 맹랑하다"며 "구름 위에 있는 분 같다"고 꼬집었다. 선문답을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 할 생각이 있으면 한다 안 한다 분명하게 말해야지 왜 구름 위에 있으면서 감질나게 하느냐"고도 했다. "국민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누군지, 생각이 뭔지 아느냐"는 반문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야말로 민심의 위력이 느껴지는 시대다.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나와 힘센 자리 차지한 사람이 궁지에 몰리는 세상이 됐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시민들의 힘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혼돈의 시대를 이겨 낼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