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해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정체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위원장과 위원 10여 명으로 구성되는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협회 산하 분과위원회지만 감독 거취와 관련해 매번 권한을 행사해 보지도 못하거나 '윗선'의 결정에 좌지우지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7일 경질된 조광래 감독 해임과 관련해선 기술위원회조차 한 번 소집되지 않아 기술위원회가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조 감독의 대표팀 감독 임기는 2년으로, 지난해 7월 부임한 만큼 브라질 월드컵 예선 때까지지만 기술위원회 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도중하차 결정이 났다.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는 '기술위원회가 대표팀의 감독과 코치, 트레이너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술위원회 위원장인 황보관 위원장이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수뇌부의 해임 결정을 조 감독에게 전달하는 '하수인' 역할까지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기술위원회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새 기술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다. 기술위원회가 구성되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발표하려 했다"며 "그러나 신임 기술위원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미 구성돼 있고, 감독 해임과 관련해서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기술위원회의 무기력함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조광래 감독 선임 때도 '윗선'의 개입으로 혼선을 빚었다. 당시 기술위원회는 연임을 포기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 후임을 뽑기 위해 12, 13명의 전'현직 감독을 후보에 올렸고 이 중 5명으로 압축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이 모두 고사하자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국내외 지도자를 망라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 한 마디 때문에 기술위원회는 감독 선임 마무리 단계에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회장단이나 축구계 선배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도 이해는 되지만 독립성을 가져야 할 기술위원회나 기술위원장이 원칙 없이 휘둘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축구협회가 사기업, 권력 기관화되고 있다고 비난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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