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완치율 확 높인 만성 B형, C형 간염…서둘러야 간경변·암 막아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진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약제나 건강식품, 영양 보조제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술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진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약제나 건강식품, 영양 보조제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술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
A형 간염 바이러스
B형 간염 바이러스
B형 간염 바이러스

이준욱(가명'43) 씨는 최근 들어 자주 피로함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간기능 수치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정상 범위가 40이하(40IU/ℓ)인데 200이 훨씬 넘는다는 것. 흔히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간기능 수치에 이상이 있다고 할 때, AST 또는 ALT라고 알려진 '간효소 검사' 수치를 많이 언급하게 된다. 어떤 원인 탓에 간세포에 손상이 오면,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그 안에 있던 효소가 혈관 속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 때문에 피 검사를 통해 효소의 수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알아보면 간세포의 손상 여부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간에 염증…음주'비만 등 원인 다양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되는 상태를 간염이라고 한다. 간염에 걸리면 당연히 간기능 수치는 높아지게 된다. 만약 간염 발생이 확인되면 과연 어떠한 원인 때문인지를 조사하게 된다. 간세포 손상을 일으켜 간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는 음주, 비만,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약제 유인성, 자가 면역성, 유전성 대사장애 등의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간염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금세 치료도 가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방법은 없다.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간은 웬만큼 손상을 입어서는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 간염에 걸려도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나마 간염 때문에 증상을 느낄 경우에는 피로감, 무기력증, 구역질, 식욕 저하 등 비교적 모호한 증상에서 시작한다. 물론 증상이 심해지면 황달, 소변색이 붉게 변함, 가려움증, 복통과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간염은 경과에 따라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급성 간염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앓고 나도 대부분 큰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간세포 손상을 치료하지 못하고, 손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과 치명적인 간암으로 진행한다.

2009년을 기점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던 A형 간염은 2010년부터 예방 접종을 많이 시행하면서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40대 이상의 연령대의 경우, 80% 이상이 어릴 적 앓고 지나간 덕분에 A형 간염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20, 30대의 경우, 항체 양성률이 지극히 낮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연령대에서 A형 간염에 걸린 사람들은 황달 등의 심한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A형 간염이 주춤하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 B형 접종 대상

얼마 전 대학병원에서 B형 간염 진단을 받은 50대 환자는 "어머니도 간경변증으로 고생했을 뿐 아니라 형제 4명 중 3명이 간질환을 앓고 있다"며 "간염도 유전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국내에서 급성 간염,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간 질환의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80% 이상이 수직 감염, 즉 간염에 걸린 어머니가 출산을 하는 무렵 아기에게 감염이 되는 형태가 가장 흔하다. 이 때문에 이를 유전적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B형 간염은 유전성 질환이 아니라 감염성 질환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접종을 시행하기 전인 1980년 무렵 국내 인구의 10%가 B형 간염 표면 항원의 보유자였다.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B형 간염 표면 항원을 가진 사람이 2007년 보고에서는 전 국민의 3.7%인 상태이며, 특히 현재 초등학생의 0.6%가량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정액, 타액 등의 체액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체액에 노출될 때 감염될 수 있다. 대부분 상처 부위 등 손상된 피부나 점막을 통한 혈액에 의한 감염, 성관계처럼 긴밀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타액 등을 통한 감염은 거의 없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B형 간염 예방접종 대상자다. 아직 감염되지 않았다면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B형 간염은 6개월 동안 3차례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며 완전한 예방을 위해 3차례 모두 접종받아야 한다. 특히 임산부에게 B형 간염 검사는 필수적이다. 미리 예방 접종이 필요하며, B형 간염에 이미 노출이 됐다면 담당 의사에게 사실을 알려 아기에게 감염될 위험을 극소화해야 한다. 출산 직후 B형 간염 예방 주사와 B형 간염 면역 글로불린을 접종하면 전파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 C형 만성 진행 우려 높고 합병증도

주부 김정숙(가명'51) 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C형 간염 항체가 양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았다. 'C형 간염에 대한 항체가 양성'이라는 말은 C형 간염에 예전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현재 C형 간염에 걸려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만성 C형 간염은 전 세계에서 1억8천만 명 정도가 감염돼 있고, 매년 300만~400만 명이 새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B형 간염에 대한 예방 접종과 신생아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 결과로 B형 간염 보유자율이 소아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만성 C형 간염은 지방간과 함께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하지만 급성 B형 간염을 앓은 환자 10명 중 2명 미만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C형 간염은 급성 환자 10명 중 8명가량이 만성으로 진행한다. 또 20~30년 후에는 20% 정도의 환자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매년 1~4% 정도에서 간세포암이 발생하게 된다. 또 황달,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 혼수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간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별 다른 치료제가 없던 만성 C형 간염은 페그-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와 리바비린이라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면서 과거 10% 정도에 그치던 완치율이 현재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진 교수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뜻"이라며 "따라서 만성 B형 간염이나 만성 C형 간염자의 경우, 현재 모두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간경변증,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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