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금 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국제 재정위기 직격탄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노후 대책인 연금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3분기 퇴직연금 실질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로 나타났다. 개인 연금저축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일부는 은행 예'적금보다도 못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07년 말 2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말에는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1년 동안 21조원 규모가 늘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퇴직연금 사업자는 은행 17곳, 증권사 17곳, 생명보험사 14곳, 손해보험사 8곳 등 57개사. 그러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쳐 마이너스 수익률이 속출하고 있다. 올 3분기의 확정급여형(DB) 기준으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09~1.15% 수준. 비원리금보장상품의 경우 신한은행 -7.81%, 우리은행 -7.08%, 하나은행 -4.24%, 국민은행 -4.79% 등의 순으로 원금을 까먹었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수익률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당수 증권사의 DB형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24%지만 비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미래에셋증권(-6.88%), 한국투자증권(-4.63%), 하이투자증권(-1.30%) 등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비원리보장상품 수익률은 역시 -6~-3%, 교보생명의 경우 -10.02%에 달했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의 수익률도 -6% 안팎을 보였다. 다만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해 전반적으로 보면 원금을 까먹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노후 보장을 위해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연금저축 수익률도 기대 이하다.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연금신탁 평균 배당률은 9월 말 기준 연 2%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과 개인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기조도 한몫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08년 8월 이후 연 2.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7월 23개월 만에 올렸다.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던 금통위는 올해 6월 0.25%포인트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7월부터 6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과 유럽 재정적자는 여전히 진행중인 골칫거리다. 연금 운영자들이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영하게 됐고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상품을 주로 채권에 많이 투자하면서 수익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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