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던 송년회 대신 기부나 봉사활동, 문화공연 관람 등 건전한 송년모임이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술자리나 외식 송년모임이 줄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업계는 울상짓고 있다.
◆'술'에서 '문화'나눔'으로
먹고 마시는 회식 일색이던 송년회 풍경이 공연 관람, 봉사활동 등 '의미있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송년회를 대신해 전 직원과 판매 매니저들이 뮤지컬'미스 사이공'을 단체 관람하고 있다. 1천200여 명이 12일에 걸쳐 공연장을 찾을 계획. 백화점 업무가 바쁜 주말을 피해 매주 화'수'목요일에 100~150명씩 공연장을 찾는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이곳 관계자는 "연말이면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공연 관람을 통해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고 내년에 새출발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 공연을 주최하는 예술기획 성우에 따르면 공연이 끝나는 내년 1월 1일까지 예약된 티켓 판매분 중 30%가 기업이나 협회 등 단체 판매분이다. 지난해에 비해 25~30% 늘어난 수치다. 신한은행, 국세청, 한국OSG 등 기관뿐 아니라 사회복지사협회, 경북의사협회 등 사회단체도 많다. 계모임이나 동호회 등 친목모임을 통해 들어온 예약도 160건에 이른다. 이곳 임영민 팀장은"식사와 공연 관람을 함께 할 수 있는 패키지상품도 160건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달 23일부터 열리는 뮤지컬 '삼총사'공연에도 병원, 은행, 제조업체 등 6곳이 송년회 대신 단체관람 예약을 하는 등 송년회 문화공연 붐을 이끌고 있다.
송년회를 사회공헌 행사 등 의미 있는 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기업이나 관공서도 적잖다. DGB금융그룹 임원들은 최근 북구 칠성동 하늘지역아동센터 아동 10명을 대구시내 한 중국음식점에 초청해 소박한 송년회를 열었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선물을 건넸고, 아이들은 그동안 배운 오카리나 연주 솜씨를 뽐냈다.
대구 동구청 직원들도 술자리 송년회 대신 이웃돕기를 하기로 했다. 각 부서별로 열던 송년 다과회를 열지 않는 대신 다과회 비용 500여만원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연탄 등을 나눠주기로 한 것.
◆외식업계, 연말 특수 사라져 울상
조용하고 차분한 송년회가 확산되면서 연말 대목이 사라진 외식업체들은 한숨짓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예약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테이블당 매출규모도 줄었기 때문.
대구 수성구와 중구의 고깃집'횟집 10곳을 조사해본 결과 6곳이 지난해보다 예약률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수성구의 한 삼겹살 가게 업주는 "매년 12월이 되면 하루 평균 단체 예약이 3, 4팀은 들어왔는데 올해는 아예 예약이 없는 날이 많다"고 했다.
술 소비가 줄면서 테이블당 매출도 크게 줄었다. 수성구의 한 한우전문점 업주는 "직장 모임보다는 가족 단위 모임이 크게 늘었고, 술 판매량도 예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며 "아예 점심때 반주를 곁들여 간단하게 송년회를 하거나 1차에서 모임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식당의 매출감소로 점원 구인 수요도 크게 줄었다. 대구지역 직업소개소 업계에 따르면 매년 연말이 되면 구인 수요가 30%가량 더 늘어나는데 올해는 구인 요청이 평소와 다름없다는 것.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12월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3개월간 매출 부진에 빠지기 때문에 내년 1분기 영업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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